김 영 무

총각냄새 물씬 풍기는 무밭 곁에

웃음소리 소란스런 배추밭

아낙들 머리에 쓴 흰 수건처럼 환한

달빛웃음 밤새워 참느라고

배추 고갱이 노랗게 속이 밸 때

무들은 흙 속에서

수음하며 몸집을 불린다

신병 훈련소 같은 무밭

신참 이등병 일개 소대 출소 준비 끝

무밭에서 총각 냄새를, 배추밭에서 아낙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는 시인의 말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종횡대로 사열해 있는 무밭의 무들을 신참 이등병들에 비유하고 궁합이 맞아서 무밭과 배추밭이 나란히 있는 것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이 재밌기 그지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