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들이 빠짐없이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의 날’을 제정한 지 7년이나 지났건만, 지방자치 수준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3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하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파싸움에 찌든 정치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를 이루겠다며 추진한 자치분권 개헌은 무산됐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전부개정안이다. 핵심내용은 ‘주민참여권 보장과 주민참여제도 실질화’, ‘자치단체의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 ‘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에 상응하는 투명성·책임성 확보’, ‘중앙과 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등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권영진 대구시장)를 비롯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 대표들은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지방분권 관련 법률안들을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동안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서 나름대로 민주성과 효율성을 증진시켰지만, 지방자치 분야만큼은 전근대적인 시스템과 풍토에 머물러 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지방에 대한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는 관성을 도무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점적 권한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앙 관료들의 중앙집권적 심리도 작용한다.

‘행안부 과장 한 사람의 권한이 전국의 자치단체장 합친 것보다 더 세다’는 통념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역대 정권들은 선거 때마다 지방자치 발전을 찔끔찔끔 공약에 넣어서 써먹고는 나중에는 뭉개버리곤 해온 것이 사실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지방자치 발전 문제는 여야의 문제도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국회는 ‘지방분권’ 강화법률안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은 마지막 남은 미완의 민주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