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준 kg당 2천898원
소비자들 소비 외면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前 보다
가격 절반 가까이 떨어져
고령·영천지역 농민들
사활 건 방역으로 ‘이중고’

[고령·영천] “하루하루 긴장하며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활을 건 방역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힘든 양돈농가 농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추락하는 돼지고기 값이다.

고령지역 돼지고기값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기 전보다 반 토막이 났다.

ASF가 발생한 지난 9월 16일 이후 40여일 만이다.

지난 9월 5일부터 11일까지 kg당 4천407원하던 돼지고기값이 40여일이 지난 30일 기준 kg당 2천898원으로 폭락했다.

지역 양돈농가 농민들은 “생산 원가라도 건지려면 최소 kg당 3천5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k씨는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된 이후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섭취를 꺼려 매출이 떨어졌다”며 “ASF 이슈가 사라지지 않으면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천지역 양돈농가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영천지역 돼지고기 소매가격은 지난달보다 20∼30% 하락하고, 산지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농민들은 돼지의 이상 징후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

외부 차량 진입을 막고 하루에도 몇 차례 사활을 건 방역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이 실제로 돼지고기 구매를 꺼리고 있다.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지난 17일 소비자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9명(45.4%)은 “돼지고기 소비를 지난해 10월보다 줄였다”고 답했다.

돼지고기 소비를 늘렸다는 응답은 26명(4.9%)에 불과했다.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원인으로 154명(70.3%)은 “돼지고기 안전성이 의심돼서”라고 답했다.

농민들은 “ASF가 인체에 무해함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급감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ASF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돼지고기 소비촉진행사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한돈협회 영천시지부(지부장 권호산)는 30일 돼지고기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행사로 관내 사회복지시설 16곳에 앞다리 1.5t(1천만원 상당)을 기부했다.

최기문 영천시장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무해하며, 발생지역에서의 반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되며, 한돈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소비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령군은 이보다 하루 앞선 29일 농업기술센터에서 돼지고기 소비촉진 행사를 개최했다.

곽용환 군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양돈 농가에게 희망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는 돼지고기가 안전함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진행했다”며 “군민들이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군청 구내식당에서 지속적으로 돼지고기를 많이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