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필터 변색으로 홍역을 치른 포항시가 수돗물 검사체계를 확 바꿨다. 수돗물 검사 기준을 기존의 법정기준인 59개 항목에서 UN과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을 합친 281개 항목으로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대도시 수준의 검사 체계로 바꾼 포항시는 최근 강화된 검사 기준에 의한 수질검사를 대구수질연구소에 의뢰했다. 그 결과 모든 검사 항목에서 권고기준 적합, 오염물질 불검출 등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포항시는 수돗물 검사항목 강화와 함께 포항시민으로 구성된 ‘수돗물 시민소비자 감시단’을 구성해 수돗물 검사와 감시가 투명하게 이뤄지는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수질정밀검사를 연2회 실시해 대도시보다 더 강화된 방법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지켜가기로 했다.

지난 7월 포항시 남구 오천읍 일부 아파트에서 시작된 필터 변색의 수돗물 파동은 수돗물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수돗물 필터 변색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이 확산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신감을 한층 높여 줬다. 급기야 수돗물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몇 달후가 지나서야 그 원인이 망간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완전히 지을 수 없었다. 시민이 먹는 수돗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번 생긴 불신감을 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대표적이다. 수돗물을 먹는 대구시민은 누구나 당시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포항의 수돗물 필터 변질사태가 다행히 잘 수습됐으나 지금도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행정의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포항시가 수질검사 항목과 검사횟수를 대폭 늘리고 시민감시단을 꾸리는 것 등은 시민에 대한 수돗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가능하면 까다로울수록 좋다. 서울 등 대도시가 국제적 수준의 수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까다로운 검사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의 수질검사 항목 강화를 계기로 포항은 전국에서 가장 양질의 수돗물을 먹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검사 항목 확대와 더불어 노후관 교체 등 상수관 현대화 사업을 병행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영원히 불식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