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이수원
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의 공자 말씀처럼 배우고 익히면 즐거워야 하지만 실제로는 공부가 즐겁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 공부가 즐겁지 않을까? 공부하는 내용이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삶과 연관 있는 공부는 어떤 공부일까? 미국 위스콘신 주의 메디슨 시(市) 고등학교에서 시의 중심지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공연장, 가게, 공원, 관공서, 대학 등이 자리 잡은 작은 도시를 재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디자인 대상인 시 중심지가 학습자에게 친숙한 장소였으며 학생들 간에 도시의 활성화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메디슨 시의 역사, 지리, 경제 뿐 아니라 물리나 건축학 같은 지식이 필요했다. 이처럼 지식 습득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학습자가 자신의 삶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학습자에게 의미 있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이 글을 습득하도록 그림 그리기를 가장한 철자 쓰기, 놀이를 가장한 수 세기 등의 학습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이를 가장한 공부라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아이들이 무의미하게 철자를 따라 쓰거나 숫자를 읽기보다는 생일날 친구를 초대하기 위해 초대장을 쓰고, 좋아하는 과자의 가격을 읽어 보는 것처럼 배움이 아이들의 삶과 연관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혹자는 ‘학생의 일상 삶과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지식이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식의 본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학습자가 배워야 할 지식은 달라진다. 단순하게 논의하면, 지식이 절대적인가 아니면 상대적인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식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불변하며 절대적이라고 간주할 경우 학습자가 배워야 할 지식의 목록은 고전이나 전문가가 구성한 교과 내용이다. 하지만 지식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하여 상대적이라고 간주할 경우 오늘 과학이라고 믿었던 내용이 내일 사실 관계가 뒤집힐 수 있으므로 학습자가 배울 지식은 학습자가 속한 사회문화나 일상의 삶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산에 사는 아이는 식용 가능한 식물의 종류나 산을 오르내리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반면, 바닷가에 사는 아이는 생선의 종류, 항해할 수 있는 날씨, 생선을 잡기 위한 도구를 알아야 한다. 배움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학생들을 줄 세우고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인가? 학생이 일상에서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함인가? 이 질문의 대답이 교육 방법과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일단 잘 놀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놀이에 흠뻑 빠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녁 무렵 골목길에서 해가 지는 것을 잊을 만큼 놀이하던 경험 말이다. 그 놀이는, 어른의 간섭 없이 여러분 방식대로 진행하던, 순전히 자기-주도적인 놀이였을 것이다. 놀이를 통해 길러진 자기주도성은 훗날 자기주도적인 학업과 책임감 있는 직장생활로까지 이어진다. 놀이에 흠뻑 빠졌던 여러분도 지금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되어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