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 입당 문제 논란
불출마 뒤집고 출마 채비 등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
인재영입도 지지부진한 상태
20대 총선 공천 파동 인사들
당 내 혁신 주도 목소리 커져

당 혁신을 요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표창원 의원 같은 사례가 자유한국당의 본산이라는 대구·경북(TK)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용퇴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한국당 내 TK정치권에서도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마음으로 자기희생을 선도할 의원이 있을 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한국당 TK초선의원들 중 당 혁신과 쇄신을 요구하며 움직이는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표창원·이철희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리더십을 가지고 당 혁신을 할 것을 기대하고 혁신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대표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저희는 불출마가 당 혁신과 쇄신을 위한 충정이라고 말씀드렸다”면서 “구체적으로 이래라저래라 요구는 안 했다”고 덧붙였다.

이철희 의원은 “이 대표가 러시아에서 돌아오자마자 한 번 만나서 위로와 격려를 하고 싶어 하시지 않았을까 짐작한다”며 “굉장히 따뜻한 말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고 20·30대 젊은 층의 지지와 호응을 받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포항 출신의 두 민주당 의원은 불출마 선언 후 인기가 올라가고 있고 조국 사태로 휘청거렸던 당 지지율 제고에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 TK초선의원들은 ‘혁신’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초선의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한국당 경북도당이 김현기 전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입당을 허용하고, 김장주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의 입당이 보류된 것을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현역의원들의 견제 때문이라는 인식이 짙다. 또 바른미래당 출신 A 전 의원이 한국당 입당을 노크하기 위해 초선 의원을 만나 입당을 타진했으나 거부당했다는 후문이다. 또 불출마를 선언했던 한국당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은 “당시 불출마 선언을 한 게 아니고, 당 쇄신 차원에서 한 얘기였는데 당에 변화가 전혀 없었다”며 말을 바꾼 채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한국당 TK초선의원들의 이같은 수구적 행보는 “내년 총선은 한국당 간판만 달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천 때마다 반복되는 TK 무차별 물갈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사전에 공천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비춰 앞으로 초선들에게서 자기 희생의 기대는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지역정치권에서 ‘기득권 사수’에만 몰두하다보니 보수대통합 차원의 인재영입 등에도 어려움도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당 TK가 당의 최대 주주이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TK지역에서 초선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떤 기준에서 강제적으로 잘려나갈지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

우선 20대 총선 당시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친박계로 공천받았던 의원들이 주목의 대상이다. TK정치권에 큰 혼란을 빚었고 후유증이 아직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진박 마케팅으로 당선된 후 의정활동이 기대 이하인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보수 몰락에 일정부분 책임있는 인사들도 칼날속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의정활동의 평가에 대해선 본인이 누구보다 잘아는 만큼 차라리 불출마 선언을 해 TK정치권의 한국당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TK정치권에서도 선수 등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의원들이 자기 스스로 돌아보고 결단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도 치밀한 전략없이 TK의원 몇명을 공천탈락시켰다는 홍보성 자화자찬을 하기보다는 시대정신에 뒤떨어진 의원을 비롯해 지난번 총선에서 물의를 빚은 의원부터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부터 TK지역 등 한국당 원내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가 시작되면서 지역 의원들은 공천 자료로 활용될 당무감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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