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의원 겸직금지항 신설
내년부터 선거인단 선출 체제
정치적 중립성에 취지 뒀지만
임기 동안 사실상 선거운동에
다음 지선 출마 제한규정 전무
정치색 따른 혼탁양상 불 보듯
단체장과 갈등 땐 사업도 위기

내년 초 시작될 ‘민간 체육회장 체제’가 잘 굴러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경북도체육회장을 비롯, 시·군이 체육회장 자리를 두고 물밑 움직임이 부산하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과열양상을 빚으면서 출마 후보가 난립해 새로운 지역 정치권력화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2면>

그동안 도 체육회장과 시·군 체육회장은 대의원총회에서 자치단체장이 추대되거나 회장 선출기구를 통해 선출돼왔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자치단체장(도지사, 시장·군수)이 당연직으로 회장직을 맡아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국민체육진흥법 제43조의 2(체육단체의 장의 겸직 금지)에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각종 체육단체장(장애인체육회 제외) 겸직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돼,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경북도 체육회장은 앞으로 구성될 선거인단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대의원 확대 기구’가 선거인단이 되는데, 기존 대의원에 인원을 추가해 구성하는 방식이다. 도체육회 정회원 종목단체 대의원(1천여명)과 시·군체육회 대의원(700명) 중 도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하는 무작위 추첨방식을 통해 ‘대의원 확대 기구’가 구성된다. 인원은 최소 400명 이상이다. 지역 안배를 위해 경북도체육회에 등록된 선수와 시·군 인구를 기준으로 상위 1/2 정회원 종목단체 및 시·군체육회에 각각 1명의 선거인을 추가 배정하도록 했다.

시·군체육회 선거인단 규모는 지자체 인구 수에 비례해 구성한다. 인구가 30만 이상인 포항과 구미는 선거인단을 200명 이상으로 꾸려야 한다. 인구 10만∼30만명인 지자체는 150명 이상, 인구 5만∼10만명은 100명 이상, 인구 5만명 미만은 50명 이상으로 대의원을 구성한다.

도·시·군체육회는 오는 11월 21일까지 7명 이상 11명 이하의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선관위 구성 이후 5일 이내에 선거일이 확정된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시군 체육회장 선출은 늦어도 12월 중에는 치러질 예정이다.

이처럼 체육회장 선출 일정의 잡히면서 체육회장 선거전도 막이 올랐다. 경북도와 포항·구미 등 대도시 지역 체육회장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법안은 ‘체육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체육계 안팎에서는 “정치인들의 난입으로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거나 “개정안이 결국 체육계를 망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해석되는 이유는 선출된 민간 체육회장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선출되는 1기 민간 체육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원래 임기는 4년이지만, 지방선거와 날짜를 맞추기 위해 이번에만 3년으로 정해졌다. 2기 민간 체육회장 선거부터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시·군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장 자리에서 3년간 사전선거운동을 한 뒤 다음 선거 때 지방선거에 출마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어떤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서 “체육산업 육성보다도 정치에 뜻이 있는 인물이 체육회장 자리를 노리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시·군체육회가 지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도 새 제도의 한계로 꼽힌다. 전국 체육회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자체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경북도체육회의 경우 총 예산의 지방비 비율이 81.2%나 된다. 도체육회보다 규모가 작은 시·군체육회의 경우 지자체의 예산 지원 없이는 아예 운영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통해 살림을 꾸려나가는 시·군체육회가 어떤 사안을 두고 지자체와 의견이 엇갈리거나, 지자체장과의 정치적 견해가 달라 갈등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예산삭감 등 강력한 제동장치가 취해져 체육계가 마비될 우려마저 있다는 우려다. 한 지자체장은 “코드가 맞지 않는 체육회장이 당선됐을 때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모두 끊겠다”고 단언하고 있을 정도다.

예산 축소로 시·도비로 진행해왔거나 진행할 예정인 사업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군체육회에서 지원하고 있는 각종 종목단체의 활동도 덩달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우려해 각 지방체육회에서는 △다음 지방선거까지 체육회장 선거 유예 △현 체육회장이 민간 체육회장 선출 등을 대한체육회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방체육회의 내실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현 지자체장 및 시·도지사의 ‘코드’에 맞는 인물이 당선되는 게 차선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노리는 ‘정치적 중립성’은 실현되지 않고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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