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역시 문명 세계로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야만 집단임이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아산과의 계약 파기는 물론,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공동선언 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패악질이다. 한미동맹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북한의 못된 짓을 더 이상 받아줘서는 안 된다.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에서 대면협상이 아닌 ‘문서교환 방식’으로 실무적 문제를 합의하자고 제의해온 점이 눈에 띈다. 한마디로 ‘만나기도 싫다’는 얘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현대아산은 2002년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금강산관광지구 50년간 독점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권 비용도 4억8천만 달러(약 5천300억 원)가 투입됐다. 금강산호텔 등에 투자한 금액만도 2천200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지구법도 제정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뒤집고 ‘철거’를 결정한 것은 그들이 눈곱만큼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을 완전히 ‘등신 취급’하는 행패에 다름 아니다.

김정은과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들이 소위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해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끊고 자기들처럼 국제사회의 질서를 무시한 채 ‘우리 민족끼리’를 선언하라는 압박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에 들어간 투자를 ‘볼모’로 삼는 일은 문명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횡포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인내해온 문재인 정부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지고 있다. 통일부 대변인이 말하는 ‘창의적 해법’이라는 뜬구름 잡는 수사법으로 뚫어낼 해결책이란 없다. 이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야만적인 행태에 대해서 할 말을 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절실한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