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정치적 논리따라 바뀌는 대입
사교육 조장 우려 등 교육정책 비판
학생부교과전형 대체 가능성 거론
내달 중 대입공정성 강화방안 발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 백년지대계’가 흔들리고 있다.

대학입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비중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계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재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의 비중이 큰 서울 소재 대학들을 대상으로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이 적용될 시점이나 대상 대학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교육계에서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입시 기준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학종 비율 평균은 44.0%다. 이들 중에 학종 비율이 그룹 평균보다 높은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8곳이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신입생 전체의 78.1%를 학종으로 선발하고 있어 입시전형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발표 이후 지난 주말 대구·경북지역 중·고등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시냐, 수시냐’ 입시대비 논쟁이 불붙었다. 애초 ‘정시확대는 없다’고 언급했던 문 대통령이 기존 교육 정책을 뒤엎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교육 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강선옥(52·포항시 남구)씨는 “교육 정책만큼은 정치나 진영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의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금세 정책이 바뀌니 아이가 도대체 어떤 전형을 대비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기껏 준비했더니 자고 나면 또 대입제도가 바뀔까 싶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논술부터 학생부종합전형, 정시 모두를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조국사태’로 인한 대학입시 불공정 논란으로 시작된 교육 정책 변화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급격한 정시 비율 상향 조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이른바 ‘인서울’ 주요 대학들이 내신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정시 전형과 함께 늘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수시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준비해왔던 수험생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대체하거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병행해 선발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학종 운영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면 현장 의견을 반영해 오는 11월 중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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