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는 시국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할까 가끔은 궁금할 때가 있다.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눈에는 지금 우리 시대의 갈등 상황을 어떻게 볼지가 궁금하다는 뜻이다.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대표적 성직자다. 강압적인 정권에 맞서 싸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 했던 그의 종교적 순수성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한 우리나라 종교계 지도자들이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일부가 언론에 보도됐다. 정확한 그곳 분위기는 알 수 없지만 단편적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분열과 갈등으로 나눠진 민심을 잘 수습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들이 오간 것으로 짐작된다.

불교계를 대표한 조계종 총무원장은 원효대사의 화쟁(和諍)사상을 화두로 꺼냈다고 한다. 화쟁은 다양한 불교이론들 사이의 다툼을 화해시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 소통으로 승화시키는 사상이다. 국민 통합을 잘 이끌라는 주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천주교를 대표한 주교회의 의장은 “나와 다른 것을 틀리다고 규정하지 말라”는 주문을 했다. 이기적이고 아전인수식으로 기울어진 국민의 분열된 마음을 잘 수습해달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또 함께 참석한 천도교 대표는 여우와 두루미의 동화에 빗대어 작금의 사태를 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존경하는 처지에서 문제를 풀자는 뜻이다.

종교계 지도자의 생각이 남다른 영향력이 큰 것은 어느 누구의 이익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만남에서는 소통이 공통의 분모로 모아졌다. 소통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더 낮은 자세의 소통이 지금의 난국을 풀 해법으로 본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