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연

무거운 새벽을 밀어올리던 굵은 빗소리

환청처럼 귀에 쟁쟁해서

이른 아침 우체국에 간다는 것이 그만

젖은 이마와 눈썹들이 고운

자작나무 숲에 와 버렸다

저 수많은 직립의 기별

하늘에다 찬찬히 송신하고 있는

이렇게 흐린 날은 멀리까지 잘 보인다

가지 끝에서 젖은 잎새를 말리는 바람과
그 바람에 떨리는 어린 자작의 눈썹은

환한 길 따라 그리운 그곳에 먼저 가 닿는다

지난밤 빗소리가 길을 낸 거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파랗게 힘줄 돋는 하늘 한 자락 끌어다

그리운 마음 위에 우표 대신 지그시 누른다

답신이 오지 않아도 넓고 깊어지는 숲

우체국 소인처럼 무지개가 걸렸다

우체국에 가려다 자작나무 숲에 든 시인은 자연으로부터 엄청난 위안을 받는다. 우체국에 가는 일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을 벗어나 자작나무 숲에서 여린 비에 촉촉이 젖은 나무의 물기를 바람에 말려져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며 시인은 자연의 순결성, 영원성 혹은 무한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