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152㎝ 밖에 안 되는 남자. 안경을 벗으면 장님과 다름이 없어 형편없는 시력의 소유자. 등은 곱추처럼 구부정하고 매력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외모. 몇몇 여인들을 사랑했지만, 부모의 반대, 신분의 차이 등으로 번번이 열렬한 사랑은 차가운 냉대와 거절로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그는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습니다.

날마다 곡을 쓰고 싶은 주체할 수 없는 창작의 충동을 느낍니다. 오선지를 살 돈이 부족해 늘 전전긍긍하죠. 수시로 떠오르는 악상을 옮겨야 하는데, 노트를 살 돈이 부족한 청년. 돈이 떨어지면 물로 배를 채우기 일쑤입니다. 길게는 28일 동안 물만 마시며 굶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견디다 못하면 부디 돈을 좀 빌려 달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로 구차하고 궁핍한 삶.

그래도 이 남자는 미친 듯이 곡을 씁니다. 무려 700편 가까운 가곡을 쓰고 13편의 교향곡, 헤아릴 수도 없는 피아노 소나타, 오페라 등을 작곡합니다.

프란츠 슈베르트. 오스트리아가 낳은 불멸의 작곡가. 가곡의 왕입니다.

외롭고 불행했던 이 남자. 프란츠 슈베르트. 그에게 있어서 구원은 곡을 쓰고 또 쓰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아무도 자신의 가치를 몰라줘도, 존경해 마지 않는 상대가 자신을 무시하고 깎아내려도, 음악이 팔리지 않고 연주회는 흥행에 실패해도.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굴하지 않고 자기 작품을 꿋꿋이 써 내려갑니다.

고독과 슬픔 가운데서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베토벤은 말합니다. “음악이란 흙과 같다. 그 안에서 영혼과 생명이 창조된다.”

슈베르트의 삶은 고독과 슬픔이었지만, 그의 음악은 불멸로 남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마음의 흙 밭에 스며듭니다. 마음의 토양이 점점 비옥해집니다. 새로운 영혼의 힘을 느끼게 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태동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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