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우선 처리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결사반대하는 공수처 설치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다른 야당들의 공조가 절실하지만 패스트트랙 공조때 선거법 개정안 선처리를 약속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법안의 선처리후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설득에 나섰지만 공조했던 야당들이 일제히 ‘선거법 개정안을 선(先)처리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진퇴양난의 국면에 빠졌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등은 23일 시민단체 연합체인 ‘정치개혁공동행동’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법부터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당초의 합의대로 선거제 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지난 20일 민주당이 ‘공수처법 선처리’ 방침을 밝힌 뒤 개별적으로 나왔던 반대 목소리가 이날 행사를 통해 공식화한 것이다.

일단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건 이들 야당에 선거법 처리를 어떻게 담보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이 당초 합의를 강조하는 것은 선거법 처리에 대한 신뢰를 달라는 요구의 우회적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보증’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전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사법개혁과 더불어 개혁의 양대 산맥인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나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의 ‘투톱’이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아직 이들 야당과의 교섭은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당이 ‘공수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 진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민주당은 무게중심을 패스트트랙 공조로 이동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섭,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정당의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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