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지방의회 자치입법권 실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타나면서 의회사무처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사무처의 인사독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지만 직원 거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회 사무처는 본청과 의회 사이의 어정쩡한 중간자적인 상태로 정체성이 혼란을 빚은 게 사실이다. 도 본청은 의회 사무처 근무를 본청보다 많이 쉽고 편하게 생각해, 좀 쉬러 간다는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이 공공연하다. 의회의 최고기능이 본청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능이다 보니 의원들에게 집행부의 잘못된 부분을 고자질하는 일면 세작(細作)기능을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무처 직원은 본청에 비해 좀 기가 꺾인게 사실이고 특히 고위직의 경우 심적으로 편하지 못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취임 이후 이러한 사무처직원들의 심리적 위축감은 더 한 듯하다.

우선 취임 이후 실국장 최초 업무보고 때 당시 사무처의 업무보고를 받지않았다. 새로운 지사이고 당선 이후 첫 업무보고인 만큼 사무처는 준비를 갖고 대비했지만 대면보고가 무산돼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지사가 의욕적으로 소통중인 본청 실국과장의 카톡방에 사무처 직원은 배제됐다. 이 경우 지사는 본청 업무가 주력이다 보니 사무처 직원의 배제가 이해되는 부분이긴 하나 그래도 사무처 직원들은 뭔가 소외된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각종 주요 행사에 사무처가 배제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경부회(경북도 부지사 출신 모임) 행사 때도 본청 주요 실국장은 배석한 반면, 사무처의 경우 초청도 받지 못해 나름대로 준비한 사무처 고위직이 머쓱해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도청 내외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명 천년숲산책조에도 사무처 직원들은 배제됐다. 천년숲산책조는 이 지사가 중심이 돼 매일 새벽 도청 간부들과 천년숲을 걸으며 건강도 다지고, 그날의 일과 향후의 업무 등을 논의하는 형식파괴 모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산책조에 도의 일부 간부들에게는 전화로 참석을 권유하는 등 적극성을 띠지만 또 다른 간부와 사무처는 배제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사소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조직 내부의 일부가 소외감을 느낀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이철우 지사가 도청에서 최고의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주위에는 해바라기가 자라나기 마련이고 온갖 억측들이 생성되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본청 일부 간부들은 천년숲모임에 가기를 원하나 “불러주지 않아서 못간다”는 말들도 새나오는 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부 고위직이 천년숲산책조에 우연을 가장하고 참여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천년숲산책모임이 새로운 ‘이너서클’에 진입하기 위한 징검다리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세심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천년숲을 중심으로 새로운 권력이 생겨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지사는 경북도의 최고 수장으로 힘없고 약한 직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