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 년에 한번 열리는 국정감사다. 국감을 통해 국회의원은 자신의 권한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도 확실하게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관도 마찬가지다. 각 부처와 산하기관의 문제점을 찾아내 자신이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여야만 능력 있는 보좌관으로 인정된다. 잘만 하면 스카우트도 가능하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전 행정부서가 한 일을 감사하고 감독하는 일이다. 특히 야당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잘해야 유권자로부터 칭찬받고 다음 선거에서도 유리하다. 유권자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선 국감장에 톡톡 튀는 소품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국감에서 김진태 의원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떡볶이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정감사를 잘하기란 쉽지가 않다.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이 20여일 동안 800여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을 감사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일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올 20대 국회 국감은 이런 측면에서 성과가 별로 없다. 맹탕 국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 사태로 각 상임위별 국감이 조국 장관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니 민생과 정책국감이 실종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경우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나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특혜 등이 국감의 핫이슈로 다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국사태가 올 국감의 이슈를 삼켜 버렸다. 덕분에 각 부처 공무원들은 모처럼 편안한 국감을 치렀다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국정감사가 조국 사태에 가려지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그만큼 묵살되고 만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