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스틸.

개는 주인과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산책을 하거나 공놀이를 함께 하는 것도 개가 좋아하지만 가장 좋은 놀이는 주인과 접촉하는 스킨십, 터칭(touching)이다. 터칭은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개는 몸의 끝부분을 만지면 싫어하는데, 특히 주인과의 접촉이 별로 없던 개에게 갑자기 터칭을 시도하면 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회화를 배우는 강아지 때부터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진 경우는 주인의 터칭을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주인을 물거나 난폭하게 돌변할 수 있다. 이때는 맛있는 먹이를 이용해서 터칭에 익숙하게 할 수 있다.

우선 개를 옆으로 눕히고 귀, 입, 손발, 꼬리를 만진다. 이때 먹이는 몸을 만져도 개가 가만히 있을 때에만 준다. 조금이라도 싫은 기색을 보이면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이때 먹이를 주면 역효과가 나타난다. 옆으로 눕혀두고 몸을 만져도 싫어하지 않으면 개의 배를 드러낸 자세로 눕혀서 터칭을 반복한다. 개에게 가장 취약한 부위는 아랫배와 접한 넓적다리 주변인데 개들은 항문 주위부터 뒷다리로 이어지는 서혜부를 만지면 민감하게 반응하며 싫어하는 기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성을 가지고 반복해서 터칭을 시도할 경우 서혜부를 만져도 가만히 있는다. 개가 주인 앞에서 배와 서혜부를 모두 드러내고 눕는 것은 절대적인 복종을 의미한다. 이것은 개를 길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세다. 강압적인 드러눕힘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다해 터칭을 해보라. 터칭은 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자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좋은 활동이 된다. 터칭에서 나아간 방법은 홀드 스틸(hold still)이다. 훈련을 잘 받은 개들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어느 정도 훈련에 익숙해진 영리한 개들은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게 되면 성취감 때문인지 심하게 흥분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때 훈련사들은 구부린 자세로 개의 등을 훈련사의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꽉 껴안아 주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홀드 스틸이라 부른다. 홀드 스틸의 포인트는 개와 밀착한 자세로 껴안는 것이다. 훈련사는 무릎을 꿇고 개를 단단히 껴안아 개를 안정시킨다. 개가 저항하고 움직이면 힘을 주어 꽉 껴안고, 얌전해지면 풀어준다. 개가 안심하고 주인에게 몸을 맡기면 홀드 스틸을 성공한 것이다. 개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실시하는 홀드 스틸은 개의 정신적·육체적인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개의 입장에서 볼 때는 처음에는 느닷없이 뒤에서 껴안게 되면 당황하게 되고 당황하면 진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강아지 때부터 홀드 스틸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인데, 주인이 등 뒤에서 껴안아주면 긴장이 풀린다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개 스스로 알고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이동훈
이동훈

연습이 필요할 때는 한 사람이 개를 껴안고, 다른 한 사람은 개가 저항하지 않을 때 먹이를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계속 버둥거리고 싫어하면 개의 아래턱을 손으로 잡는 머즐 컨트롤(Muzzle control)을 사용한다. 안정을 되찾으면 다시 먹이를 주는 방법을 반복한다.

홀드 스틸은 놀이의 일환으로 만지는 터칭보다 버릇을 고치거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푸는 목적이 강하다. 개의 등 뒤에서 귀, 손발, 꼬리를 만져나가는 홀드 스틸을 성공하게 되면 사람이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개도 긴장이 풀리면서 얌전해지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산책을 할 때 낯선 사람이 다가와 개를 쓰다듬을 때 주인이 홀드 스틸을 하면 개는 긴장을 풀고 안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터칭과 홀드 스틸을 통해 개가 주인에게 복종하고 사회에서도 개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서라벌대 반려동물학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