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유유자적 시를 쓰고, 산으로 들로 번져가는 단풍 잎새가 말을 걸어오는 계절.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가을하늘에 제 나름의 감성의 촉수로 시의 감흥을 펼쳐보면 어떨까?

시는 인간의 순수한 감정의 발로(發露)이다. 시는 말로 그리는 그림이며 마음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것은 곧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이게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한 언어실천이다. 또한 시는 그리움의 소산이기도 하고 깨달음과 깨침의 통찰이자 지혜이기도 하다. 결국 시는 충만한 생명과 무한한 정신을 드러내어 사람의 가슴에 울림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언어적 구성물이라 할 수 있다.

시를 쓰는 일은 축복이다. 상처가 조개 속에서 진주를 키우듯이, 삶의 자극이나 어느 순간의 감동이 시의 씨앗이 되고 한편의 시를 싹트게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개척하는 것이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시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항상 가슴이 설레고 조금쯤은 흥분되거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시인의 정신세계는 무한대여서 어느 선현의 말씀처럼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세상을 보면서’ 산다. 그래서 시인들은 시를 쓰면서 부단히 고민하고 감성을 연마하여 삶의 행복을 정련(精鍊)하는지도 모른다.

시를 읊거나 낭독하는 것은 시의 행간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시가 지닌 사회성과 역사성, 교훈성과 계몽성을 차치하고라도, 시를 음미하며 감정을 살려 낭송하는 것은 시에서 묻어나는 감동의 향기를 세상에 널리 피워내는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꽃자리를 옮겨가며 나풀대는 나비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들풀을 쓰다듬으며 잎새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의 몸짓 같기도 하다. 이른바 시 낭송이란 생명의 언어로 만들어진 시를 우아한 육성으로 전함으로써 시 본연의 울림과 스밈을 더해 주는 표현의 미학이 아닐까 싶다.

포항지역에는 8,9년 전부터 시의 몸에 목소리의 옷을 입히며 정갈함과 향긋함을 전해온 분들의 노력으로 지역의 특색있는 시낭송 문화가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그들은 해마다 시낭송 발표회를 가지면서 경북교육청문화원에서 개최하는 ‘찾아가는 행복콘서트’와 포항시 주관의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 등에 동참하거나 재능기부를 하면서 문화사업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심 속의 휴식처 같은 서옥(書屋)의 뒤뜰에서 서울과 지방의 저명한 시인들을 초청해 시담(詩談)을 나누고 시낭송회를 열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또한 전국규모의 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실로 왕성한 활동과 내실있는 행보가 참으로 고무적으로 여겨진다.

하늘빛 그리움으로 잔잔히 여울지는 시와 그윽한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향기나는 시낭송의 삼매에 빠져, 가슴 붉게 물드는 낭만으로 이 가을이 익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