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상케이블카, 지역 관광산업 촉매제 될까
⑤ 케이블카 사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케이블카 정류장이 들어설 환호공원 상공에서 케이블카 이동경로를 감안해 드론으로 항공 촬영을 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ameil.com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지난 10월 18일 ‘목포해상케이블카’ 탑승체험을 한 후 정인채 새천년종합건설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도지사가 직접 케이블카 사업을 맡은 건설사에 감사패를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이는 그만큼 목포해상케이블카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남도청에 따르면 새천년종합건설은 850억원을 투자해 목포 북항∼유달산∼고하도를 잇는 총 연장 3천234m(해상 820m·육상 2천414m)의 목포해상케이블카를 조성해 지난 9월 개통했다. 이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 운행거리와 전 세계 최고 지주 높이 155m를 자랑하고 있다. 목포해상케이블카 개통 이후 18일까지 33일간 케이블카를 탑승한 이용객 수는 21만1천여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6천400명이 이용한 셈이다. 주중 5천여명, 주말 1만여명이 이용하는 등 케이블카 개통으로 목포를 찾는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서남해안을 대표하는 명품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감사패를 전달하면서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새천년종합건설의 아낌없는 투자와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전남 서남해안의 아름다운 섬과 바다 등을 세계적 해양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전남의 새천년 비전인 ‘블루투어(Blue Tour)’ 실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가 똘똘 뭉쳐 케이블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전형적인 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의 경우 이를 백지화시킨 환경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와 관련해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회는 지난 10월 10일 양양군 양양읍 남대천 둔치에서 ‘환경부 규탄 범도민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9월 16일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과 관련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자연환경과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칠 영향과 사업 승인 부대조건의 이행 방안을 검토한 결과, 환경 가치 훼손이 심각하고 보완 대책도 미흡해 사업이 재검토돼야 한다”며 부동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15년 8월에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낸 이후 4년 만에 이러한 결정이 떨어지자,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환경부는 적폐를 내세워 강원도와 양양군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사업을 불허하려면 일찍 할 것이지 수년 동안 끌어오다가 이제 와서 부동의 한 환경부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김진하 양양군수 역시 “양양군민 모두가 단합된 힘으로 밀고 나가자”고 밝히는 등 민관이 하나 돼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재개하기 위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사례 외에도 통영케이블카의 성공으로 촉발된 케이블카 건설 사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수많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다. 포항을 비롯해 강화, 춘천, 화성, 거제 등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드는 등 전국이 케이블카로 들썩이는 상황이다.
 

민자사업 추진때 수익분배 문제 야기
타 지자체 사례 충분히 검토해야
소음 문제 등 지역민과 갈등도 우려 
영일대해수욕장 입지 재논의 필요
사업 타깃도 고령층·젊은층으로 나눠 
초기부터 프로그램 방향성 설정해야 

□ 양날의 검, 케이블카

그렇다면 케이블카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사업일까.

여수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출발은 좋았으나, 현재 시와 업체가 소송을 벌이며 시끄러운 상황이다. 사업 시작 당시 운영업체에서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지역사회 환원 명목으로 내기로 했었지만, 이를 약 2년 전부터 거부하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어 업체 측은 지난 2016년 만들어 여수시에 기부한 오동도 주차타워도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최근 내비치고 있어 지역 사회와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 사천시시설관리공단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천바다케이블카의 경우 “민자사업 이슈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관광 사업의 경우 서로 상생하는 ‘공적인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사천시시설관리공단 박태정 이사장은 “우리나라 케이블카 중 케이블카 수익만으로 제대로 돌리는 곳이 절반도 될까 말까다”며 “사천시와 같이 시설공단이나 공사가 하는 것이 버티는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카의 미래에 대해 “어느 시점에 가면 분명히 인건비가 나오지 않을 경우가 있다”면서 “만약 시에서 운영한다면 적자분에 대한 보전이 되면서 재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겠지만, 개인 회사는 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이는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실패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블카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그는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상태로 가면 5년 내나 10년 내 적자로 가지 않을까 싶다. 다른 것을 찾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주변에서 연계하고 소비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로서의 케이블카를 강조했다. 즉 주변과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부분은 민자 사업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개인이 한다면 주변 땅을 다 사서 하지 않는 이상 서로 상생하는 점은 불가능하다. 케이블카를 실컷 지어놨더니 주변 식당이나 상가가 돈을 벌어가는 상황이 온다면 사업주는 어떤 판단을 내리겠나. 고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10년을 해야 본전을 찾을 것이다. 그 이후를 돌아봐야 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설 영일만해수욕장 전경.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포항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설 영일만해수욕장 전경.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 포항은 아직 시작단계, 지역 사회와 충분한 소통 필요

민자 사업 이슈 외에 지역민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는 해운대와 이기대를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지역사회는 찬반 논란이 가열되며 둘로 쪼개진 상황이다. 반대 측에서는 “공공재인 부산 앞바다가 기업에 사유화되고, 동백유원지와 이기대가 상업 개발로 환경이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찬성 측에서는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연간 31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케이블카 도입은 필수다”라고 맞서고 있다.

포항의 경우 아직 시가 업체와 MOU만 맺은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타 지자체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사업 실패 확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지 선정부터 사업 추진 방식까지 전부 백지화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역민을 포함한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소리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지역 관광과의 상생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다. 만에 하나 케이블카가 수익성 저조로 폐쇄돼 흉물로 전락한다면, 영일만관광특구 지정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포항 관광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입지에 대한 재논의도 필요하다. 포항의 현 사업지인 영일대해수욕장과 관련해 타 케이블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풍광이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즉 동해 자체가 지평선 외에 볼 것이 없는 상황에, 영일대 해수욕장의 나름 장점인 포스코 야경의 경우에도 “산업단지라는 정서가 관광적인 목적으로 크게 와 닿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상생의 손으로 대표되는 일출 명소이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로 이미 풍광의 우수성이 입증된 호미곶과 같은 최적의 장소는 제외하고, 굳이 주거지와 상가가 몰려 있는 영일대해수욕장을 고집하는 것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계획대로 영일대해수욕장이 사업지가 된다면, 해수욕장과 바로 인접해 있는 주민들과의 갈등 또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이미 국제적인 행사로 거듭나고 있는 포항국제불빛축제만 하더라도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이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여기에 추가로 케이블카가 들어서면서 생기는 소음과 인파는 분명히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여수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수는 섬지역이고 교통이 평지와 비교하면 제한돼 있어서 일시적으로 몰리면 여파가 시 전체로 퍼져 나간다”며 “포항의 경우에도 케이블카 사업지 인근에 주거지가 있다고 하는데, 복잡한 곳에 설치하게 되면 교통 문제가 가장 걱정이다”고 밝혔다.

사업 타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케이블카는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가 중요하며, 어떤 연령층을 주요 타깃으로 잡느냐에 따라 이 연계의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사업 초기단계부터 고령층을 중심으로 정적이고 휴양적인 프로그램으로 짤 것인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동적이고 체험적인 프로그램을 짤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케이블카가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국에서 너도나도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케이블카 자체가 ‘레드오션’이기 때문이다.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파이만 늘어나면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단순히 “MOU만 맺었으니 끝”이라는 자세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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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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