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조선후기 문신이며 학자인 윤기(1741∼1826)는 그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서 ‘사람에게 있어 말은 물이나 불과 같다. 사람은 물과 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수재(水災)나 화재(火災)를 당하면 참혹하기 그지없으니, 조심하여 사용해야 그 폐해가 없다.’라고 경고했다. 윤기는 남인(南人)출신 학자로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소과(小科)에 합격한 뒤 20년을 성균관 유생으로 있었다. 52세에 겨우 대과(大科)에 합격했지만, 86세로 죽을 때까지 미관말직을 전전했다. 극도로 문란했던 당시 과거제도 아래에서는 권문세가에 연줄을 대거나 뇌물을 쓰지 않고는 과거에 합격하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호(號)를 무명자 곧 ‘이름 없는 사람’으로 불렀는데, 거기에는 개인의 실력과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도 절망하지 않고 의연하고도 초연하게 살고자 한 그의 정신이 담겨 있다. 당시의 과거제도나 많은 사회문제의 한 요인으로, 윤기는 ‘긴속(緊俗)’ 즉 자기에게만 긴요한 일을 좇는 세태에 주목하고, 천하 사람들의 미혹함이 모두 이 ‘긴’이라는 한 글자에서 연유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성의 존재이므로 자기만을 위한 긴요함을 좇다 보면 자칫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실패와 치욕을 맛보게 되는 것이 하늘의 떳떳한 이치라고 했다. 윤기는 서문에도 말조심에 대해 ‘입은 화(禍)를 부르고, 행동은 흔단(<91C1>端·틈이 생기는 실마리)을 여니 경계하고 조심하라.’ 적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진행하는 ‘알릴레오’라는 유튜브방송에서 15일 오후 패널로 출연한 한 경제지 기자가 KBS의 여성 법조기자와 검찰 간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검사들이 이 여기자를 좋아해서 조국수사 내용을 흘렸다.’는 망언을 해서 문제가 됐다. 조국 장관이 검찰 장난으로 인해 사퇴했다는 가짜뉴스를 방송으로 퍼뜨리려다 이런 재앙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급해진 유 이사장이 사과했으나 평소에 그의 신뢰 없는 말 몇 마디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유 이사장 본인도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전 자신의 컴퓨터를 빼돌린 행위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PC 반출행위를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을 위한 것’이라는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방송에 출연하여 마구 내뱉는 그의 궤변에 대해 국민들은 크게 신뢰를 두지 않는다. 그의 상식파괴적인 ‘요설(妖說)’을 대하면 고려 말 요승(妖僧)으로 기록된 신돈(?∼1371)이 떠오른다. 이런 행태는 결국 국민을 선동하여 이 사회를 교란시켜 병들게 한다. 세치 혀로 자신이나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정제되지 않고 진실을 왜곡하여 쏟아낸 말의 결과는 그의 자신을 향해 설화(舌禍)로 돌아갈 것이다. 말에 대한 경계는 어느 시대 누구나 언급하고 있다. 말을 조심하지 못하면 크게는 패가망신하고 작게는 창피나 미움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대부분의 화근이 말에서부터 비롯되니 한 번 입에서 나오면 되돌릴 수도, 손으로 가릴 수도 없다. 이렇듯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이기에, 삼사일언(三思一言)의 교훈을 새겨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