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했던 한국축구대표팀이 험악한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일에 대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북한이 슬금슬금 기지화한 서해 NLL 선상에 있는 함박도에 대해 국방부와 달리 ‘초토화 계획’을 밝힌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통일부는 이상야릇하고 국방부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이 낭패를 어째야 옳은가.

이번 평양 남북 축구경기는 아무래도 역사에 길이 남을 괴상한 경기일 것이다. 북한의 자발적 무관중 경기에다가 TV 중계를 비롯한 원정팀 취재진도, 승부도 없는 ‘3무(無) 경기’로 일컬어진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스타 선수 손흥민의 솔직한 소감을 두고 일부 배알도 없는 좌파 네티즌들이 ‘개념 없음’을 비난했다는 소식은 더욱더 씁쓸한 일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평양 축구에 대해 북한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관중 없는 경기를 치렀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가 뭇매를 맞았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실망했다. 이 정도는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추궁에 마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변한 김 장관의 비굴한 대북인식은 짜증이 날 정도다.

북한이 스리슬쩍 기지화한 서해 NLL선상의 함박도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원래부터 북한땅”이라는 설명과 달리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유사시 초토화할 수 있도록 해병 2사단의 화력을 계획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아무리 ‘평화’를 말해도 국방부 장관이나 장군들은 굳건한 안보 의지를 일관되게 밝히는 것이 국민을 편안케 하는 태도요 마땅한 사명 아닌가.

시간이 갈수록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비관이 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평양에 가서 싸간 음식조차 모조리 빼앗기고 격투기 같은 희한한 경기를 치르고 온 일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북한 편들기 논리를 펼 작심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면서 구걸로 얻어낸 평화가 어떻게 진정한 평화일 수 있나. 지금처럼 해서는 ‘통일’도 ‘평화 안보’도 오히려 점점 멀어질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