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가장자리부터 녹이고 있는

얼어붙은 호수의 중심에 그가 서 있다

어떤 사랑은 제 안의 번개로

저의 길 금이 가도록 쩍쩍 밟는 것

마침내 산산조각나더라도

빙판 위로 내디딘 발걸음

돌이킬 수 없다

깨진 거울 조각조각 주워들고

이리저리 꿰맞추어 보아도

거기 새겼던 모습 떠오르지 않아

더듬거리지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 한때의 파문

어느새 중심을 녹여버렸나

나는 한순간도 저 얼음 호수에서

시선 비끼지 않았는데

얼음이 얼기 전의 호수는 그 잔잔한 수면 위로 사랑의 아름다운 시간이 비쳤지만, 얼어붙어 금이 간 얼음호수는 그 사랑이 금이 가고 위태한 사랑으로 변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얼음호수는 상실되고 잊혀져서 안타까운 사랑을 의미한다. 잔잔한 호수 면이 얼어버려서 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이 비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