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다해 주위 사람들을 사랑한 인물이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며 종교 권력을 이용, 탐욕을 채우려던 당시의 종교 권력층과는 정반대로 걸었던 인류의 스승입니다. 앗씨시의 성자로 잘 알려진 성 프란체스코입니다.

맑고 순수한 삶의 방식으로 신과 이웃을 섬겼던 성 프란체스코의 삶에 신기한 일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자연 만물과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해와 달, 나무와 숲, 새와 물고기, 온갖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그들을 “사랑스러운 형제들”이라고 인격화해서 불렀습니다.

한 번은 프란체스코가 새들이 떼 지어 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새들에게 설교했습니다. “나의 새(bird) 자매들이여! 여러분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러자 새들은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 세우며 프란체스코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목을 늘리거나 날개를 빼고 입을 벌려 기이한 몸짓으로 흥겨워하며 그를 응시했지요. 프란체스코는 수도복 자락으로 새들을 스치며 한가운데를 오가면서 대화했습니다. 성호를 그어 새들을 축복하자, 새들은 기쁜 듯이 몸짓을 하며 사방으로 날아갑니다.

‘경청’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자료를 수집, 경청의 위대한 인물을 찾아 일화를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빌 클린턴, 기업인 등 경청에 관한 유명한 일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역사상 ‘듣기’에 관한 세계 챔피언은 성 프란체스코였습니다. 그가 쓴 평화의 도구라는 시에는 경청의 핵심 원리가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게 하소서.”

러시아 혁명을 주도했던 레닌은 말년에 이렇게 후회합니다. “내 생애에 성 프란체스코 같은 이가 몇 분 있었다면 나는 피비린내 나는 혁명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나를 부각시켜야 하는 고단한 세상살이, 어떻게 하면 성 프란체스코의 삶을 닮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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