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의 모습을 세계 언론이 관심 있게 다뤘다고 한다. 백마 탄 김 위원장의 백두산 정상등정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조만간에 북한에서 중대한 정치적 시도가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이란 점을 안다면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이 다분히 의도된 정치 게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백두혈통이란 김일성 직계가족을 일컫는 말이다. 김씨 일가로 이어지는 세습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선전물이다. 실제로 북한 곳곳에는 백마 탄 김씨 일가의 그림이 많이 전시돼 있다.

세계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김 위원장이 과거에도 중대 결심에 앞서 백두산을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방문도 이런 점에서 곧 중대한 결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눈에는 허무맹랑한 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국의 지도자가 첫눈 내리는 날에 맞춰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올라간다는 사실이 넌센스처럼 보인다. 방문 날짜도 알 수 없고 취재기자 동행도 없었던 백마 탄 사진만 두고 중대 메시지 운운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일은 김 위원장의 백마 탄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 북한에서 있은 남북 간 축구경기다. 축구 사상 초유의 무관중, 무중계 상태가 벌어진 것이다. 29년 만에 성사된 남북 축구경기를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었으니 이야 말로 황당무계하다. 축구경기는 욕설과 폭행이 난무해 전쟁을 방불케 했다 한다. 손흥민 선수는 “다치지 않고 돌아 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 설명했다. 한국의 평화적 제스처에도 미사일 발사만 연발하는 북한의 일탈된 행동과 축구경기에서 보여준 그들의 태도가 북한의 진면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