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악화로 리스크 확대
경북 아파트 실거래가격
최고점 대비 22.6% 하락
40개월 이상 하락세 보여
준공 후 미분양 전국서 최다

지방의 주택경기 악화가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 미분양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열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지역 부동산시장 리스크 진단 세미나’에서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모두가 서울 집값만 쳐다보는 사이, 주택시장 침체로 지방의 지역 경기, 지방의 가계, 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지방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금융리스크로 전이되기 전에 미분양관리지역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건산연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지방 부동산시장의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지방 시·도를 중심으로 재고 주택가격 하락과 미분양 적체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경북과 충북·충남·경남은 무려 40개월 이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제주·울산·부산·강원·전북도 20개월 이상 하락세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 주택시장은 중공업과 철강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주택가격 하락폭이 컸다. 경남 거제시는 아파트 시세 기준 최고점과 비교해 현재 -34.6%가량 떨어졌고, 경기 침체와 함께 포항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포항시 북구도 -22.6% 떨어졌다. 이와 함께 창원시 의창구(-22.6%)와 울산 북구(-22.5%) 등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경북은 지난 8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3천958호가 적체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안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과 미분양 적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지역 경기 상황과 주택 경기 악화가 금융 리스크(연체율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등)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건산연은 경북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금융리스크가 높다고 분석했다.

지방은 주택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19년 2분기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상승(56.2%)했다. 리스크가 확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올해 들어 대부분의 지방 시도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비교적 하향 안정세이나 최근 2∼3년간 비교적 고금리인 기타 대출이 증가하면서 지방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가 악화되었다”며 “신규시장의 공급자 금융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산연은 금융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은 높은 미분양관리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리스크가 큰 지방 시장에 대해서는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실장은 “미분양관리지역에 대해서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신규 분양시장 리스크를 감소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건수 제한 완화, 주택도시기금의 민간임대주택 매입자금대출 재개 등도 가능하다. 금리, 대출 기간 등 대출 조건 변경을 통한 기존 주택소유자 대출 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고주택 안정화 지원 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9월 말 기준 경북도 내 미분양 관리지역은 포항, 경주, 구미, 경산, 김천, 영천 등 6곳이다. 포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 제도를 시작한 2016년 10월부터 3년 이상 미분양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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