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은퇴
과학자의 은퇴
  • 등록일 2019.10.17 19:55
  • 게재일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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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스텍의 은퇴 과학자 교수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1986년 설립 초기 해외에서 귀국한 교수들의 대부분은 30대였고 그 교수들의 은퇴행렬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50년대와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당시 초등학교 교실은 한 반에 90명이 공부를 했고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이 있을 정도로 붐비던 시절이었다.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문계도 문제이겠지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인력·기술 공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내년까지 500여 명의 연구자가 정년퇴임하고 전국대학의 이공계 교수는 1천명이 넘는 과학자가 정년퇴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국 4대 과학기술원 및 포스텍의 이공계특성화 대학은 10년 내 퇴직하는 교원이 30%에 달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유치해 수십년간 연구비를 지원하여온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이 교육과 연구 현장을 떠나는 건 국가 인력 활용 면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20년간 노벨과학자 수상자 중 60대가 80%에 달한다는 통계와 금년 노벨과학상 화학 부문에서 최고령 수상자(존 B. 굿이너프·97세)가 탄생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현재 60대 초중반으로 되어 있는 과학자와 교수들의 은퇴는 이른감이 있을 뿐만아니라 전문성을 도외시한 법이다.

미국대학의 경우 교수와 과학자의 강제적인 은퇴가 없다. 스스로 은퇴시기를 결정할뿐 제도적으로 연구력이 왕성한 교수와 과학자를 강제로 은퇴시키지는 않는다. 얼마전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하니 80년대 필자를 가르쳤던 교수들이 지금도 70∼80대의 나이로 강의도 하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대학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특임교수나 연구교수로 남아 강의나 연구를 계속하거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로 가서 계속 강의와 연구를 하는 경우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벤처회사를 창립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연구소에서 은퇴한 과학자들은 많은 경우 충분히 그 전문성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자들이 최근 은퇴 후에도 연구 및 산업 현장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은퇴 과학자들의 활용 방안을 장기투자가 절실한 부분에서의 R&D(연구·개발)지원이나 자문, 고급인력이 기피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자문 등이 있다.

대학에서는 기초과학과목에 대한 강의 등을 들 수 있고 학생들의 진로 및 미래상담 등에 오랜 경험과 경륜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인증 실사 업무 등에선 평가자를 못 구해 안달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 은퇴 과학자들을 쓰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처럼 당장 은퇴나이를 없앨 수는 없다고 해도 퇴임 과학자, 교수의 전문성과 경험이 여러 가지 정책과 제도 수립을 통해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전문성에 있어서 강제적 퇴임 자체의 개념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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