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피 말라가는 사회
저출산·고령화로피 말라가는 사회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19.10.17 20:05
  • 게재일 2019.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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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비중 큰 젊은층 줄어들고
수혈 필요로 하는 노년층 급증
지역 10대 헌혈자 수천명 감소
중소병원 등 혈액 수급 직격탄
동참이벤트도 큰 성과 못 올려
중·장년 참여율 높이기 힘써야

‘현재 수많은 환자들에게 수혈이 필요하지만 공급할 수 있는 혈액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 주세요.’

직장인 김모(33·포항시 북구)씨는 지난 6일 이런 문자를 받았다. 지난해 헌혈했던 그에게 대한적십자사가 ‘문자 수신 후 헌혈하신 분들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모바일 교환권을 드린다’며 보내온 것이다. 김씨는 “얼마 전에도 문자를 받았었는데 요즘 부쩍 헌혈 동참을 권하는 걸 보니 혈액 부족이 심각한 모양”이라며 “이벤트가 잦아지고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헌혈하면 뭐 준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헌혈인구 감소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유일 출산율 0명대 국가’로 최근 10, 20대의 헌혈 비중이 줄어든 탓이다. 고령화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어 혈액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혈액난은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최근 국회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수혈용 혈액 적정 보유량 5일치를 유지한 날은 97일에 불과했다. 5일 연속으로 혈액이식 투여가 가능한 날이 100일 밑으로 떨어진 적은 처음이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지난 8월 말까지 혈액 보유량이 5일치 이상이었던 날은 49일로 집계됐다. 헌혈자 수는 2014년 160만명에서 2018년 139만명으로 줄었다. 주요 헌혈인구인 젊은 층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전체 헌혈자 가운데 10, 20대 비중이 가장 크지만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17일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9월 기준 누적 건수는 2017년 7만4천여명에서 2018년 6만9천여명, 올해 6만3천여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10대 헌혈자 수는 4천여명 줄었다.

헌혈량 감소는 의료현장으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형 종합병원들은 당장 다음 날 수술에 필요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액 부족 사태를 걱정하는 건 지역 중소병원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과 달리 자체 혈액은행이 없어 혈액 부족 시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10, 20대 헌혈자가 30∼50대까지 헌혈을 지속하면서 중·장년층 헌혈자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로 헌혈 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수혈자는 증가하고 있어 생애 첫 헌혈자를 대상으로 한 재헌혈 활성화 사업과 중·장년층 헌혈 증진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은 줄고 있는데 돈은 더 들었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에게 주는 기념품이나 간식 등을 구입하는데 쓰는 비용이 연간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영화 할인관람권을 지급하는데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등으로 보상책이 다양해졌다. 대구경북혈액원은 지난해 10월 한달간 헌혈 참여 시 뮤지컬 관람 초대권을 증정하기도 했다. 헌혈자 유치를 위한 기념품 구매에 상당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정작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혈의집 포항센터 관계자는 “예전보다 무리해서라도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고 있지만 혈액 보유량은 2일치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 내 젊은 인구가 줄면서 헌혈할 수 있는 사람은 점차 부족해지고 실제로 헌혈버스 운행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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