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송도동 동빈내항에 정박
평일에도 관람객 발길 이어져
함미 ‘쌍열기관포’에서 인증샷
故한주호 준위 추모 공간에는
‘숭고한 희생 감사하다’ 메모가

15일 오전 포항시 남구 송도동 동빈내항에 정박한 포항함을 찾은 관람객들이 함미에 설치된 30㎜쌍열기관포를 구경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30년 동안 대한민국의 앞바다를 수호한 뒤 본래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포항함’이 관광객들에게 안보체험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 오전 포항시 남구 송도동 동빈내항에 정박하고 있는 포항함 체험관은 평일임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노란색 원복을 입은 유치원생부터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배에 올랐다.

그들은 별다른 지시 없이 바닥에 붙어 있는 노란색 안내 화살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포항함을 살펴봤다.

화살표가 제일 먼저 이끈 곳은 함미에서 자랑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30㎜쌍열기관포였다. 사람들은 거대한 기관포의 모습이 신기한 듯 요리조리 훑어보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다음 화살표가 이끄는 장소는 함정 안이었다. 군함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좁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수병들의 내무반이 보였다. 그곳은 세면대와 세탁실, 침실 등이 있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침대들이 철사에 묶여 공중에 떠있는 것. 이는 높은 파도에 침대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시 계단을 거슬러 올라 1층으로 가면 홍보관, 안보관, 기관 조정실 등이 펼쳐진다.

홍보관에는 포항함의 건조에서 퇴역까지 설명 자료와 홍보 영상, 우리나라 해군에 취역 중인 최신 함정에 대한 소개가 전시돼 있다.

안보관은 천안함 폭침에 희생된 46명의 영웅과 동료를 살리고자 바다로 뛰어들었던 故한주호 준위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감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켠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는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다’라는 메모를 남기는 사람도 보였다.

손삼생(68·경남 함안군)씨는 “꽃다운 나이에 몸바쳐 희생한 병사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가 잘 살고 있다”며 “포항에 올 기회가 있다면 포항함에 한 번쯤은 꼭 들려 그들의 숨결을 직접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함은 대한민국 영해 수호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1천200t급 초계함(적의 습격에 대비해 해상을 경계하는 함선)이다. 지난 2010년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의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과 동일 제원의 함정이기도 하다.

1982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가 22억원을 투입해 국내의 기술로 포항함을 만들었고 현재 그 가치는 600여억원에 달한다.

포항시는 관광객들에게 함정체험과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하려고 2010년 6월 12일 개관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포항함은 입장료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이용 시간은 2월에서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부터 1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포항함 체험관은 매달 5천∼6천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개관 이후 지난 9월말까지 총 99만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군 1함대에서 매년 평가를 나오는데 포항함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함정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며 “100만명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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