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 경력 56년 장인이 뽑아낸 ‘256가락’ 면발의 비밀은…
수타 경력 56년 장인이 뽑아낸 ‘256가락’ 면발의 비밀은…
  • 음식평론가 황광해
  • 등록일 2019.10.16 20:08
  • 게재일 2019.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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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경력 56년. ‘고향식당’의 주인 겸 주방장이 수타 면발을 뽑고 있다. 256가락의 고운 면은 대단한 공력이 필요하다.
75세, 경력 56년. ‘고향식당’의 주인 겸 주방장이 수타 면발을 뽑고 있다. 256가락의 고운 면은 대단한 공력이 필요하다.

‘고향식당’ 수타 짜장면·짬뽕
5인분 이상은 삶지 않고 냉수 처리한 면발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식감이 입안서 살캉
고명도 한 그릇씩 일일이 따로 볶아 얹어내

미리 엄살을 떤다. ‘대략 난감’이다. 제대로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못 했으면, 칼럼을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음식이 수준급을 넘어선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다. 평범한 짜장면이다. 청송읍내의 ‘고향식당’. 허름한 시골 동네의 백반집 이름이다. 이 가게 짜장면, 전국 유명 짜장면집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 흔한 인터넷 포스팅도 네댓 개 정도다. 유명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시골 읍내의 얼마쯤은 스산한 식당이다. 입구가 ‘유리 가라쓰’ 문이다. 좌석은 ‘홀’이 30석 정도. 내부에 20~30명 정도 단체가 앉을 수 있는 방이 있다.

 

현지 토박이가 동행했다. 점심시간을 피해 느지막한 시간에 가자고 했다. 바쁜 시간에 가면 말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엄포가 아니었다. 점심시간에는 홀과 방안이 꽉 찬다. 인터뷰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할 상황. ‘점심시간의 탕수육’도 금기사항이었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짬뽕? 짜장면?’만 가능했다. 가게 입장에서는 손해가 나는 일이다. 탕수육이 아무래도 단가와 이문이 높다.

나이든 노부부가 운영한다. 남편은 주방장, 올해 일흔다섯이다. 1963년부터 수타면을 치기 시작했다. 수타면 경력 56년이다. 더러 ‘수타면 경력 20년, 30년’은 볼 수 있다. 50년 경력은 드물다. 10대 후반부터 면을 만져도 50년 경력, 60대 후반이 되면 기력이 달린다. 대부분 어깨와 등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인다. 75세에 수타면, 경이롭다.

아내는 홀서빙 겸 주방 보조다. 주방과 홀을 지켜보니, 왜 점심시간에 ‘짜장면, 짬뽕만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 가게가 기계면이나 공장면을 쓴다. 가락이 일정하다. 수타면을 두고 ‘쫄깃하다’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틀렸다. 기계로 뽑은 면, 공장면이 더 쫄깃하다. 수타면은 무르고 부드럽다. 현미경으로 보면 면의 겉면에 달의 분화구 같은 홈이 많다. ‘냉소다’ ‘얼음 소다’라고 부르는 소다를 조금 넣어도 면은 한결 쫄깃해진다. 배달하는 중식당의 면발은 좀체 붓지 않는다. 소다 면, 붓지 않으니, 배달이 가능하다. 소비자들도 ‘면발이 탱글탱글하다’고 좋아한다.

슬쩍 물어본다. “128가락입니까?” 대뜸 “256가락”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면을 일곱 번 뽑으면 128, 여덟 번 뽑으면 256가락이다. 수타면인데 굵을 경우, 대부분 7번 뽑은 것이다. 한번을 더 더하는 것이지만 마지막 면을 뽑는 과정은 한결 더 힘들다. 면이 가늘고 곱다. 기계로 하지 않고 손으로 뽑아내는 256가락의 고운 면은 대단한 공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까다로운 ‘힘 조절’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매일 해내고 있다.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다. 이 집, 면발이 희다. 소다를 극소량 쓰거나 아예 쓰지 않는다. 실제 수타 과정을 봤다. 소다 그릇이 보이질 않았다. 먹을 때도 마찬가지. 소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고향식당’의 짬뽕이다. 수타면에 새로 볶아서 얹은 고명이다.
‘고향식당’의 짬뽕이다. 수타면에 새로 볶아서 얹은 고명이다.

면이 쫄깃하지는 않지만, 탄력이 충분했다. 비밀은 냉수처리다.

“한 번에 5인분 이상을 삶지 않는다”고 했다. 대중적인 식당에서, 바쁜 점심시간에 이 평범한 원칙을 지키기는 힘들다. 최소한의 양을 삶아야 면은 탱글탱글해진다. 라면을 하나 끓일 때와 10개를 끓였을 때의 면발은 다르다. 그 이치다.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식감이 입안에서 살캉거린다.

고명에도 ‘원칙을 지키는 정성’이 담겨 있다. 우리는 국수 위에 올리는 고명의 종류와 양에만 신경을 쓴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일행이, 짜장면 두 그릇,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하고 나니 약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짜장면의 고명, 갓 볶아낸 것이었다.

 

‘고향식당’의 메뉴판.
‘고향식당’의 메뉴판.

‘자장미엔(炸醬麵, 작장면, zhájiàngmiàn)’의 ‘작(炸)’은 ‘터질 작’ 이다. 짜장(춘장 혹은 첨면장)에 채소, 고기 등을 넣고 팬(WOK·웍)으로 볶으면 기포가 생긴다. 열을 가하면 기포는 표면에서 터진다. 원형 첨면장, 춘장은 발효식품이다. 탄산가스가 뜨거운 불을 만나면 외부로 삐져나온다. 이게 작은 거품을 이루었다가 터진다. 그래서 ‘뽀글뽀글 터지는 장’ 작장면, 짜장면이다.

‘고향식당’은 한 그릇, 한 그릇 고명을 일일이 따로 볶아서 얹는다. 대부분 짜장면 가게에서는 이른 아침에 짜장 소스를 끓여둔다. 손님이 주문하면 국수를 삶아서 헹군 다음, 끓여둔 짜장 소스를 얹어서 내놓는다. 우리는 이런 짜장면을 ‘옛날 짜장’이라고 부르면서, 원형 짜장으로 여긴다. 그렇지는 않다.


원형 짜장면은 첨면장(甛麵醬, 춘장, 짜장)을 볶아서 얹는 것이다. 짬뽕도 마찬가지. 대부분 끓여둔 국물을 웍에서 한 번 더 가열 처리한 다음 얹는다, 국물이 흥건하니 볶은 것인지, 삶은 것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틀렸다. ‘고향식당’의 짬뽕은, 주문을 받은 다음, 채소, 해물, 고기 등을 웍에 넣고 매번 새롭게 볶는다. 유명 호텔의 중식당에서도 하지 않는 짓이다. 이 ‘미련한 일’을 매일 한다.

 

늘 주문 후 새로 만드는 고명이다. 짜장면의 고명들이 사각사각하다.
늘 주문 후 새로 만드는 고명이다. 짜장면의 고명들이 사각사각하다.

‘고향식당’의 짜장면, 물컹거리는 채소가 아니라 사각사각한 고명이다.

인근에서 6년간 가게를 운영하다가 현재 자리로 이사했다. 현재 자리에서 30년. 대부분 손님이 지역 주민, 단골들이다. 여주인은 연신 “멀리서 오는 손님들은 무섭다”고 말한다. 얼굴이 익은 손님들은 대하기가 편하다. 사정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은 ‘바쁜 점심시간의 탕수육 같은 엉뚱한 주문’도 한다. 혼자서 홀서빙을 하니, 점심시간에는 정신이 없다. 10분 이상 기다려야 주문을 겨우 받는다. 일흔을 넘긴 사람들이니 기계 사용도 서툴다. 카드 결제가 어렵다. 현금만 받으니, 외지 사람의 경우 시비도 붙는다. 궁여지책으로 외부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

“군수도 못 드나드는 짜장면집”이라는 표현은 얼마쯤 과장되었다. 전임 어느 군수 시절에 군수가 ‘고향식당’에 왔다. 문제는 군청 직원들. 같은 공간에서 ‘군수 모시고’ 짜장면 먹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다. 안주인이 ‘용단’을 내렸다. 군수에게 “오시지 마라”고 통보(?)를 했다. 군수가 드나들면 군청 공무원 수십 명이 안 온다는 게 이유다.

수타 경력 50년을 넘긴, 보기 드문, ‘장인’이 매일 수타면을 제대로 뽑는다. “100세 장수하시면서, 꾸준히 수타면을!”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하다. 수타면 뽑는 일, 힘들다.

 

킴스마운틴커피
깊은 산속의 제대로 된 원두커피& 스모크커피

설마, 청송 주왕산 기슭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만날 줄은 몰랐다. 주왕산국립공원 올라가는 길 왼편에 넓은 주차장의 ‘킴스마운틴커피’가 자리한다. 실내는 웬만한 대도시 커피 전문점 못지않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장식했다. 30분 정도 구경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 인테리어, 커피 맛은 대도시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종류의 커피잔과 티스푼 등이 가게 1, 2층에 가득하다.

원두는 생물이다. 제대로 보관하기도 어렵고 일단 볶은 후에는 빠른 기간 내에 소비해야 한다. 커피 맛이 수준급이다. 외진 곳임에도 손님이 꾸준하다는 뜻이다.

주인 김해욱 씨는 가끔 무대 위에서 고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손님들을 위한 주인의 배려다. ‘스모크커피’라는 특허 커피도 개발했다. 커피잔을 열면 훈연한 나무 향이 가득하다. 스모크커피는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커피 족욕’ 등도 가능하다.

 

청솔식당
두부, 된장, 간장을 직접 만들어 쓴다

밥상을 받고 괜히 횡재했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왕산 ‘청솔식당’이 그랬다. “관광지 입구에 있는 그저 그런 식당”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하다. 전혀 ‘관광지 입구의 그저 그런 식당’이 아니었다. ‘청솔식당’. 장을 직접 담근다. 두부를 직접 만든다.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금생에 두부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두부 전문점도 아니면서 두부를 직접 만드는 건 힘들다.

 

‘청솔식당’의 두부.
‘청솔식당’의 두부.

이 힘든 일을 꾸역꾸역해낸다. 청국장을 직접 띄우는 것은 물론이다. 음식 맛은 장맛이다. 장을 직접 담그는 집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횡재’다. 그것도 ‘관광지 입구의 식당’에서. 조미료, 감미료가 거의 없는 식당이다.

이른 봄철이면 주인은 산과 들로 나선다. 대부분 나물을 직접 채취한다. 나물은 1년 내내 나오는 것이 아니다. 4~6월 사이 대부분 나물이 생산된다. 냉동, 건조 등으로 보관한다.

 

청솔식당의 한상 차림.
청솔식당의 한상 차림.

대중적인 음식점에서 10월에 개 두릅(엄나무 새순)을 볼 수 있었다. 놀랍다. 수수부꾸미 직전의 수수 전도 아주 좋았다. 오래간만에 ‘수수한 수수 전’을 맛봤다.

‘산나물 전’은 어수리 전이었다. 대부분 산나물이 그러하듯이, 제대로 된 산나물은 단맛이 아니라 향과 쓴맛이다. 기름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진 쌉쌀한 어수리 전, 아주 잘 먹었다. 오랫동안 입안에 나물의 향이 남았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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