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해외입양인 마이크 롭씨
지난해 이어 선물 들고 모국 방문
6·25때 애육원서 지내다 입양돼
친형 같은 이태수 목사와 정 나눠

미국 볼티모어시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 입양인 마이크 롭씨(뒷줄 왼쪽 세번째)가 15일 포항 선린애육원을 찾아 어린이용 침대를 선물한 뒤 부인 요코 롭(뒷줄 왼쪽 두번째)씨, 애육원생, 애육원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선린애육원 제공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 사연 만큼이나 애절한 이야기가 있을까.

가을비 촉촉히 내리던 지난 15일, 포항에 소재한 아동보호 양육시설 선린애육원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마이크 롭(66·미국 볼티모어시)씨. 부인 요코 롭씨와 함께 였다. 롭씨는 세 살때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려졌다. 6·25전쟁 후엔 버려진 고아들이 많았다. 선린애육원에서 지내던 그는 포항에 주둔해 있던 미국 해병대 제1비행단 중사 롭씨와 함께 1953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해병대는 1952년 선린애육원의 창설 주역이었다.

그의 모국 방문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태어난 지 65년 만에 이뤄졌던 지난해 첫 방문 때의 감격 못지 않다. 1, 2살 배기 아이들을 껴앉고 있으니 가슴이 찡하다.

그는 이번에 선린애육원에 어린이용 2층 침대 5개(600만원 상당)를 선물했다. 지난해 침대 1개를 선물하면서 내년에도 방문하겠다는 인사를 하고 떠난지 12개월만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병, 고아원에 대한 그리움, 기억을 잊지 못해서 였다.

모국을 방문한 그의 감동적인 선행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부모는 만나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최초로 자신의 기억을 찾아 줄 선린애육원을 찾았기에 그에게는 삶의 퍼즐을 완성하는 한 조각이었고 따뜻한 위로였다. 자신을 잠시 돌봐줬던 시설을 찾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잠시였지만 사랑받았고, 이렇게 예뻐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 한마디가 그에게는 위로가 됐을 터다.

그는 피붙이는 아니지만 형과 같은 이태수(76·은퇴) 목사도 만나게 됐다. 실제로 선린애육원 생활을 했던 그를 만나 닮은 점을 발견하면서 상당한 위안을 얻었다.

그는 양 아버지를 따라 미국 군에서 조종사로 일하다 은퇴한 뒤 지금은 국방부에 소속된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매년 한 번쯤은 선린애육원을 찾을 것 같다고 그의 ‘양형’ 이태수 목사는 전한다. 피할 수 없는 피붙이 땅에 대한 알지 못하는 애틋함이 전해진 것 같았다. 70년 가까운 삶을 살면서 찾아낸, 그전까지는 없던 진짜 나라와 자신의 역사도 생겨났고 모국의 아름다움에도 눈뜨게 됐다. 무엇보다 평생 알지 못했던 이태수 ‘형’이 가족의 개념으로 자신을 친근하게 대해주는 점에서 바로 한국의 정을 알게 된 것이다.

“선린애육원은 내가 떠나온 먼 기억에 대한 무의식 속 향수였고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엄마 품’을 대변하는 곳이었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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