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인간 악행의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명쾌한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보통은 이기심에서 악행을 저지른다지만 역사에서는 이유를 찾으려 해도 특별한 동기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악인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악인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으니, 목적을 위해서라면 복잡한 음모도 한 순간에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재주를 가졌다는 점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열국지(列國志)에 등장하는 인물 중 희대의 간신은 비무극(또는 비무기)과 백비로 기록된다. 비무극(?~전515년)은 춘추시대 초나라의 정치가로 평왕의 아들인 태자 건의 소부(少傅·부스승)를 맡고 있었다. 권력에 야심이 많은 비무극은 우매한 평왕을 이용하여 태부(태자스승)였던 오사부자를 처형했고 군주와 신하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자신의 정적들을 숙청했고, 생각이 다른 신하들을 주살하고 권력을 휘둘렀다. 결국 백성의 원망으로 초나라는 혼란에 빠졌다. 결국 오, 월, 초의 광폭한 복수극은 이 한 사람의 악인으로부터 시작됐고, 그리고 끝내 남방을 피로 물들이게 된다.

백비는 초나라 대부 백극완의 아들로 간신 비무극의 흉계로 부친이 억울하게 처형되자 오나라로 도망쳐 동병상련의 처지인 오자서에게 의탁했고 그의 추천으로 오왕 합려와 부차를 섬기게 된다. 감언이설과 아첨에 능해 곧은 충정을 지닌 오자서와 계속 대립했고, 결국에는 월왕 구천의 책사인 범려의 꾀에 넘어가 월나라를 대파한 공에 자아 도취되어 부차를 안일과 환락에 빠지도록 만들었으며 충신 오자서를 참소하여 결국 자결하게 만들었다. 결국 오나라의 세력은 약화되어 마침내 월나라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 그의 일족도 월왕 구천에게 처형당하고 도륙됐다. 이렇듯 역사에서 읽을 수 있는 간신의 영향은 망국과도 직결됨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 경험 등을 서로 공유하는 온라인인 소셜 미디어나 신문, 방송 또는 유튜브 등을 통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교란될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지금의 정치현실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느끼고 보고 경험하고 있다.

지금처럼 정교한 가짜 뉴스가 사방에서 몰아치며 진실을 가리고, 현재의 불평등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엄습할 때 우리는 민주주의로 가장한 권위주의에 이끌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현 정부 역시 고도로 발달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을 상대로 일방적 선전과 설득이나 상징정책을 통해 대중으로 하여금 무의식중에 동조하고 지지하도록 양분된 선동정치를 하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지만 교훈을 준다.’는 교훈처럼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며, 그 속에서 우리가 놓인 위치를 알면,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가짜 민주주의를 더듬던 발걸음을 멈추고 불확실한 미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책임의 정치’이며 역사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