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정치꾼(politician)들이 권력을 두고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 편, 네 편 나누어서 ‘나는 천사, 당신은 악마’라고 우기는 진영논리는 한국정치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었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략(政略)만 난무’한다. ‘승자독식’의 정치풍토이니 대화와 타협은 없고 집권을 위한 투쟁만 있다. 진보진영이 50만 명 동원해서 시위하면 보수진영은 100만 명을 결집시켜 세(勢)를 과시한다. 정치가 실종되었으니 국민은 생업을 뒤로한 채 거리의 전장(戰場)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정치꾼들의 집권을 위한 대리전이다. ‘승자는 정치꾼’이고 ‘패자는 국민’일 뿐이다.

거짓과 위선의 정치꾼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서 ‘연꽃의 삶’을 배워야 한다.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 즉,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다. 색깔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며, 향기는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다. 연꽃은 가장 화려할 때 물러날 줄 아는 ‘군자의 꽃’이다. 연꽃은 정치꾼들에게 ‘자기 정화와 겸손의 미덕’을 가르쳐 준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이념이 아니라 공정의 문제’임에도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들은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특정 이념의 왜곡된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경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방만 탓한다. 반면에 ‘연꽃 같은 사람’은 자기 진영이라 할지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비판한다.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서도 청정심(淸淨心)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진보진영에도 ‘외눈박이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연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참여연대의 김경율 집행위원장은 “조국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고 하면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인사들의 권력과의 밀착’을 맹비난하였다. 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교수도 ‘진흙탕 싸움의 원인은 대통령의 조국장관 임명’에 있기 때문에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조국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고언(苦言)하였다. 이들 역시 진보주의자이지만 결코 정의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꽃을 닮았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마약 같은 권력’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통합’과 ‘공정’을 철석같이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공정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념과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오물 속에 뿌리내리고 있으면서도 결코 청정함을 잃지 않고 단아한 꽃을 피우기까지 겪는 연(蓮)의 고통을 생각해 보라. 연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오물을 걸러내고 또 걸러내는 자기 정화의 노력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도 대의(大義)에 헌신하는 ‘올바른 정치인(statesman)’이 되고자 한다면 ‘연꽃 같은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