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탁’ 피해 영덕·울진 주민들
“동해중부선 공사 때 설치한
둑이 물막이 역할해 큰 물
거센 물살에 토사 유입 피해도”
원인 규명·재발방지 대책 요구
구상권 청구 등 단체행동 별러

“둑 형태로 막아놓은 철로구간은 다음 수해 때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큰 패해를 낸 영덕·울진 지역 곳곳에서 응급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주민들이 차후 수해 피해를 우려하는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콩레이’에 이어 또다시 철도공사 구간에서 큰 피해가 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로 동해안 관광 활성화 등을 기대해온 지역 주민들은 철도시설공단의 사전 타당성 조사는 물론 소하천 정비 종합 계획, 과거 100년간 홍수위를 고려한 둑과 교량의 설계 선택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동해중부선 포항~삼척 간 철도는 포항을 출발해 영덕, 울진, 강원 삼척 등 동해안 166.3km를 잇는다. 지난 2009년 4월 착공, 포항∼영덕간 노선(44.1km)이 지난 1월 우선 개통됐다. 영덕~울진~삼척 구간(122.2km)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포항∼삼척 간 철도엔 교량 86곳(25km), 터널64곳(85km), 정거장 18개소 등이 들어선다.

이번에 토사유출로 큰 피해를 낸 울진군 기성면 삼산리, 망양리의 구간도 터널을 뚫으면서 나온 토사가 원인이 됐다.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 60여 가구 등도 철도 공사로 인해 태풍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에 사는 박미숙(52) 씨는 태풍 ‘미탁’으로 주택이 흙더미에 덮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토목공사가 진행중인 56km 구간의 대부분이 흙벽을 높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경우 터널구간이 물을 가두는 댐 역할을 하다 일시에 물을 쏟아낼 경우 엄청난 수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구간의 흙벽이 인재를 불러올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태풍 ‘콩레이’때 강구시장 일대가 물바다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현재 동해중부선 구간은 극히 일부를 뺀 대부분의 구간이 교량이 아닌 둑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 7공구(11km) 토공 공사가 진행중인 영덕군 영해면 연평리 시금치 재배 단지도 공사과정에 설치한 둑이 물막이 역할을 하는 바람에 물에 잠겨 큰 피해를 냈다. 농민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주먹구구식 교통 정책 때문에 하룻밤 사이 태풍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물에 잠겨 피해를 키웠다”며 “물막이 역할을 하는 곳은 교량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구면 오포리 일대 주민들도 침수피해가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덕 피해 지역주민들은 수해 응급복구가 마무리된 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구상권청구 등 단체 행동도 계획하고 있다. 남정면과 강구면, 영덕읍 등 남부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특히 거세다. 이들은 ‘콩레이’ 내습 당시 동해중부선 높은 철길 둑을 만든 이후 제때에 배수가 안돼 모인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제방을 넘어 강구시장이 물바다가 되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콩레이 당시 누적 강수량 383.5㎜의 비가 내린 상황에서 모인 물이 제방을 넘자 과거 시간당 69.5㎜, 54㎜의 폭우가 각각 쏟아진 2001년과 2005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 비춰 동해중부선 제방이 도마에 오른 것과 같다는 주장이 무성하다.

지역 주민들은 “태풍 ‘콩레이’ 당시 철도시설로 인해 침수피해가 더 컸던 점에 비춰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영덕군도 1년여가 지났지만 철도시설과 관련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뒤늦게 철도시설공단에 배수계획도, 교량구간, 소음구간 등 자료를 요구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철도시설관리 공단의 업무 비협조로 철도시설현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영덕/박윤식기자

    박윤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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