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예전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알람을 아침 7시로 맞췄다. 요즘은 6시 30분으로 맞춘다. 30분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거창 붓다선원에서 배웠다. 명상 중에 으뜸은 아침 명상인 게 분명하다. 멍한 상태라 숨 보기가 잘 된다. 잠결이라 그런가 보다. 몇 달 그렇게 아침 명상을 하고 나니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어정쩡하게 평좌를 틀고 앉는다. 처음에는 10분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30분도 가뿐하다. 아침 명상을 하면 하루가 든든해진다. 출근할 때 마음이 즐겁다. 미운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 아침 명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30분일 때도 있고 1시간을 넘을 때도 있다. 클래식 FM을 틀면 안락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겠다는 나만의 의식이다. 960쪽에 이르는 홍익희 교수의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도 매일 밤 30분씩, 1시간씩 읽어나가니 벌써 절반을 넘겼다. 직장인이 독서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티끌 같은 시간이 쌓여 태산 같은 독서가 된다. 경험상 자투리 시간과 잠자리에 들기 전이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습관(習慣)이란 말이 재미있다. 습(習)은 둥지에서 어린 새가 날기 위해 날개를 계속 퍼덕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관(慣)은 마음 심(心)에 꿸 관(貫)자를 더한 한자다. 즉, 날기 위해 어린 새가 퍼덕거린 날갯짓이 마음에 꿰인 듯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날마다 반복하여 익숙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 바로 습관이다. 습관은 신호, 반복 행동, 보상이라는 고리로 움직인다. 알람이 울리면, 평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클래식 FM이 들리면,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나중에 공책에 밑줄을 정리하며 뿌듯함을 느낀다.

안동금연센터에 4박5일간 금연 캠프를 다녀왔지만 나는 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다. 전자담배는 일종의 절충인데 냄새가 조금 덜 난다는 것 말곤 역시나 백해무익하다. 흡연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면, 담배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가 피운다. 피우면서 만족과 안도감을 느낀다. 니코틴이 뇌로 흡수되는 기전을 금연센터에서 똑똑히 보았지만, 흡연이라는 신호→반복 행동→보상이라는 고리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다.

제임스 클리어가 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따르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의 변화보다는 정체성 변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지인이 담배를 권할 때 “괜찮습니다. 금연 중입니다” 보다는 “괜찮습니다. 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가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정체성을 바꾸는 습관의 네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분명하게 만들어라’,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쉽게 만들어라’, ‘만족스럽게 만들어라’가 그것이다.

습관이 운명이다. 오복(五福)보다 독서, 운동, 명상, 글쓰기, 악기연주 같은 습관을 들이는 게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