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 낙상사고로 뇌사 판정
포항세명기독병원 기증 후 영면

포항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 3명의 또다른 생명에게 전해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남성과 가족들은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름 모를 타인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선택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3일 화물차에서 작업 중 낙상사고를 당해 포항세명기독병원으로 이송된 윤중현씨는 당시 뇌내출혈과 경막하출혈이 심해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진행했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했고,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윤씨의 가족들은 이후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의 상의 끝에 윤씨의 간과 신장, 조직을 기증하기로 결정하고 병원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 윤씨의 아들은 “장기 기증에 대한 동의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족들이 모두 동의했고 아버지도 이 좋은 뜻을 이해하고 장기 기증을 동의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가족들의 결정 이후 의사·비 의료진·종교인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참여하는 뇌사판정위원회에 의해 최종 뇌사 판정이 결정됐고, 사망 선언 후 세명기독병원 외과 박형우 과장과 병리과 박선주 과장이 장기 이식을 위해 내원한 수도권의 병원 의료진과 함께 수술을 진행했다.

이번 장기 기증을 처음부터 주관하고 직접 참여한 세명기독병원 외과 박형우 과장은 “우리나라는 생전에 기증자가 장기 기증 희망 서약을 했더라도 재차 가족 동의를 받아야 해 기증자 가족의 동의를 받는 과정도 절대 쉽지 않았는데, 어렵게 장기기증에 동의 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 “우리나라도 법이 개정돼 미국 등 의료 선진국의 경우처럼 본인의 의사만으로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면 더 많은 환자에게 장기 이식의 혜택을 줄 수 있고 보호자 또한 ‘사자의 인체를 훼손한다’라는 죄책감이나 거부감에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장기기증 절차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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