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광화문 집회와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초동 집회가 국론분열양상으로 흐르자 사회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조국은 감옥 가라”,“문재인은 퇴진하라”는 구호 소리가 쉼 없이 울려퍼졌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주변은 물론 세종로 사거리에서 숭례문 앞, 서대문 방면까지 도심지역은 집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정작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국론분열로는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뒤 “특히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굴절된 상황 인식과 국민 무시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한 것은 대통령의 인지부조화”라며 “절대 다수 국민에 맞서 대한민국을 70년 전의 해방정국으로 돌려놓은 장본인은 바로 대통령과 한줌 친문세력이 아닌가”라며 비난했다. 바로 강대국의 신탁통치를 놓고 벌어진 찬탁과 반탁시위의 국론분열상을 빗댄 것이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은 서초동(집회 참가자들)만 국민으로 보이나 보다”, “광화문에 운집한 사람들은 국민도 아니라는 뜻이냐”라는 반발도 터져나왔다.

다만 ‘검찰개혁 촉구’ 서초동 집회와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광화문 집회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국민 주권 발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온 것은 의외였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6%포인트)한 결과 서초동·광화문 대규모 집회가 ‘정치권의 무능력을 보완하는 국민주권의 발현’이라는 응답은 61.8%로 집계됐다. ‘국론을 분열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답변은 31.7%였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정치권의 무능력을 보완하는’이란 표현 뒤에 ‘국민주권 발현’항목이 있어 왠지 국론분열이란 응답을 피해갈 수 있도록 구성한 문항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든 보수와 진보진영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맞서는 대규모집회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바로 민심이 나아가는 길로 나라가 운영되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팩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사태의 본질을 직접민주주의로 오도하고, 검찰개혁이란 이슈로 덮으려 하고 있다. 민심이 가는 길과 점점 멀어지면 끝내 파국을 맞게될 뿐이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