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 물폭탄에 속절없이 당한 울진시장 가 보니…
허리춤까지 급작스레 불어난 흙탕물 상가 덮쳐 피해 커져
상인들 개인마다 재산 피해액 수천 만원 달해 ‘망연자실’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후속대책 빨리 마련됐으면…” 촉구

태풍이 몰고온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울진시장의 한 가게 앞에 물에 잠겨 못쓰게 된 각종 생활용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황영우기자
“치워도 닦아도 줄지 않는 피해에 속 울음만 삼킵니다.”

지난 5일 오후 울진군 상권의 중심지인 울진시장. 태풍 미탁의 물폭탄이 쏟아졌던 이곳은 때아닌 소나기로 또 한 번 비 세례를 맞았다. 시장 곳곳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생활도구들이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군데군데 쌓인 대형 쓰레기 더미들이 태풍이 할퀴고 간 폐허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 2일 태풍이 관통할 당시, 급작스런 폭우에 가게가 허리춤까지 물에 잠겼고 도로 곳곳이 통제돼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폭우로 자칫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감에 떨었다고도 회상했다.

태풍이 휩쓸고 간지 3일이나 지났지만 상인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치우지 못한 집기들 정리에 허리를 펼 새가 없었다.

10년째 꽃가게를 운영했다는 김모(59·여)씨는 “비가 순식간에 들어차 바가지로 물을 퍼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혼자서 가게를 치우는데만 3일이 더 족히 걸릴 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약냄새가 가득해야 할 중탕원도 청소가 한창이었다. 신모(51·여)씨는 “물은 빠졌지만 가게가 온통 흙투성이다”며 “중탕 기계가 모조리 물에 잠겨서 말린 뒤 다시 켜봐도 작동되지 않는 것만 4개 중 3개고, 바깥에 둔 과일박스와 바구니들은 물에 떠내려가 찾기를 포기한 상태”라고 허탈해했다.

가구점 주인 장모(63·여)씨도 60년째 울진에서 살아온 터줏대감이지만 “이런 태풍 피해 사례는 처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태풍 당일 초저녁부터 물이 차오르면서 가구 등이 훼손돼 상품성을 잃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울진시장이 ‘저지대’여서 더욱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고지대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시장 전체를 뒤덮으면서 피할 새도 없이 사람과 차량이 동시에 갇힌 꼴이 됐다는 것. 그는 “급히 옆 가게 계단을 올라가 비가 그치기만을 두려움에 떨면서 기다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릇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9)씨는 “이곳 시장 상인들의 재산피해가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값비싼 수제신발과 이불 수백여점이 물에 잠겨 모두 버려야 한다. 피해 복구는 고사하고 앞으로 어떻게 감당하고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이곳 상인들은 태풍으로 인한 직접 피해는 물론 소비 축소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울진시장 상인 최모(39)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서 피해보상은 물론, 손님들이 우리 시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의 후속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진군은 태풍 마탁으로 최고 강수량 556㎜의 많은 비가 쏟아져 울진시장을 비롯한 저지대와 농작물 침수, 기반시설 붕괴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6일 울진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울진지역은 4명(사망 2명, 실종 2명)의 인명피해와 공공시설 174곳, 사유시설 건물피해 920가구 등의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사망자 2명은 울진읍 공세항길에서 산사태로 인해 발생했으며, 실종자 2명은 울진읍 정림리와 매화면 갈면리에서 각각 발생했다. 태풍으로 인한 고립지역만 해도 5개 읍면, 17개리고 피해주민만 해도 657세대, 1천248명 규모다.

울진군은 응급복구를 위해 재난복구통합지휘소를 설치하고 연일 인력 3천369명, 장비 333대를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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