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7월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개정 헌법을 ‘내 나라 홈피’를 통해 공개했다. 이 헌법 개정은 1948년 인민민주주의헌법 제정 이후 18차, 1972년 사회주의 헌법제정 이후 8차, 김정은 등장 이후 4차 개헌이다. 북한의 헌법 개정은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다. 북한은 헌법 개정을 통해 선군시대의 당-군-정 체제를 당-국가 체제로 전환함으로서‘사회주의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헌법 개정은 과연 북한체제 변화의 신호일까.

먼저 이번 개정 헌법에서 북한은 통치이념을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에서 김일성·김정일 주의로 명시화하였다. 이는 북한이 위기 시의 선군정치와 결별하고, 김일성·김정일을 다시 받들어 김정은 권력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이다. 북한 당국은 군대와 무력을 앞세운 김정일 ‘선군 시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선군혁명노선’을 과감히 삭제한 것이다. 또한 종래의‘우리 민족제일주의’를 배제하고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개정 헌법 서문에서도‘사회주의 조국’을‘사회주의 국가’로 변경하여 ‘세계 유일무이한 국가실체’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핵 보유국가’라는 표현은 그대로 남겨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번 헌법은 김정은의 위상을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최고 영도자’로 표현하여 그를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으로 명시하였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명문화하여 향후 남북 및 대미, 대 유엔 외교에서 그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또한 헌법은 국가 무장력의 사명을 ‘혁명수뇌부 보위’에서 김정은을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의 결사 옹위’로 변경하였다. (59조) 이는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넘어 김정은 시대의 도래를 헌법에 명시한 결과이다.

이번 헌법 개정에는 과거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 총집중 노선에 따른 경제 발전노선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들은 대표적인 경제 관리지침인 ‘청산리 정신과 방법’과 ‘대안의 사업 체계’를 과감히 삭제하고 대신 ‘혁명적 사업 방식’과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를 대체했다. 북한이 경제 발전을 위해 내각의 역할(33조)과 실리 보장(32조)을 강조하여 김정은 집권 이후 취해온 경제 조치들을 보장한 결과이다. 또한 이번 헌법은 정보화(26조), 과학기술력(27조),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40조), 대외 신용과 대외 무역(36조) 등 경제 분야의 변화 양상을 적극 반영하였다.

이처럼 북한의 헌법은 외형상 북한체제의 변화를 지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의 적극적인 개혁·개방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당-국가 체제는 북한 정치 개혁의 변화신호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헌법은 경제 발전의 동력을 확보 하려는 경제적 조치를 헌법 여러 곳에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 협상을 통해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고, 실질적 경제 제재가 해제된다면 북한 개혁·개방의 동력은 가시화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헌법 개정은 체제 변화를 위한 신호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경제 응급조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