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 주민대피령 내려져… 1년 전 ‘콩레이’ 복구도 아직 못 마쳐

영덕군 강구시장에 태풍 ‘콩레이’의 악몽이 재현됐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로 약 15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던 강구시장은 만 1년만인 지난 2일부터 3일 새벽까지 내린 물폭탄으로 또다시 폐허가 됐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한반도에서 맹위를 떨친 제18호 태풍 ‘미탁’은 강구면에 326.5㎜의 비를 쏟아냈다. 강구면 중에서도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강구시장은 한 때 성인남자의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주인을 잃어버린 가전제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 등이 흙탕물 위를 떠다니기도 했다. 지자체의 긴급 대피령에 따라 주민들은 태풍이 급습하기 전 집을 떠나 인근 고지대나 친척집으로 대피했지만, 일부는 새벽까지도 강구시장을 떠나지 못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강구시장 상인 김모(69)씨는 “목숨은 부지했지만, 장사를 생각하니 앞날이 캄캄하다. 한숨만 나온다”며 “작년에도 태풍 때문에 힘들었는데, 올해도 이러면 어떡하나”고 한탄했다.

영덕군민들은 ‘미탁’의 피해상황이 딱 1년전, 영덕군을 강타한 태풍 ‘콩레이’ 와 같다고 입을 모은다. ‘콩레이’는 지난해 10월 5∼6일 영덕군을 습격해 383㎜의 폭우로 1명 사망, 1천409동 침수, 어선 15척 파손, 농경지 1천575ha 침수 등 재산피해를 입혔다. 공공시설 피해도 110건이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영덕군의 태풍 ‘콩레이’의 복구 비용을 1천235억원으로 추산했다.

강력한 비바람을 몰고 왔던 ‘콩레이’의 영향으로 당시 강구시장 일대가 아예 물에 잠겼고, 폭우가 짧은 시간동안 집중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소방당국의 구조보트를 이용해 뭍으로 빠져나와야만 했다. 강구시장 맞은편 배수펌프장 2곳에서 분당 60t의 물을 빼내는 펌프 4대가 가동됐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을 정도였다. 태풍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망가진 이재민도 약 500명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제17호 태풍 ‘타파’는 무사히 견뎌낸 강구시장 상인 및 인근 주민들이었다. 그러나 ‘미탁’의 직격탄으로 또다시 복구작업에 세월을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직 ‘콩레이’ 이후 복구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강구면 주민 이모씨는 “이젠 태풍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거 같다”며 “지금 당장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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