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으로 300평 배추밭 침수 등 포항지역 농작물 피해 눈덩이

“하늘에서 구멍이 난 줄 알았어요. 물 폭탄이 떨어지더니 집안까지 빗물이 밀고 들어왔어요.”

3일 오전 포항시 남구 대송면 장동리 입구에는 고무 대야, 의자, 냉장고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쪽 편에서는 빨간 옷을 입은 해병대원들이 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게 된 장판, 가전제품, 이불 등을 옮기고 있었다.

주민들과 해병대원들은 저마다 손에 삽 한 자루를 들고 집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는 데 정신이 없었다.

이태암(83) 씨는 “어젯밤에 장동천 물이 넘치면서 주민들이 회관으로 대피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서 잠을 한숨도 못잤다”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또 “창고에 넣어 둔 농기계와 양파, 마늘이 물을 먹어서 모두 버려야 하는데 어떤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탁’의 영향으로 포항 일부지역에는 2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남구 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장동리였다. 이곳은 저지대 여섯 가구가 물에 잠겼다.

한 주민은 “이곳은 지대가 낮아서 태풍이 오면 자주 물에 잠긴다. 올해는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가을 태풍이 이렇게 속을 썩일 줄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번 태풍의 위력을 보여주듯 마을 주변에 있던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재배 중이던 호박은 여기저기 떨어져 나뒹굴었다.

흙탕물에 잠겨 있는 벼를 보는 농부의 표정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20년간 농사를 지어온 이모(48)씨는 “벼를 팔아도 제값보다 훨씬 못 미치는 값으로 팔아야 해서 여간 손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추농사를 짓는 이종원(79) 씨는 “300평의 배추밭이 물에 잠겨서 배추가 모두 녹았다.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포항시가 집계한 태풍피해 농작물은 3일 오후 6시 현재 침수 44ha(벼, 시금치, 부추 등), 벼 도복 420ha, 낙과 44ha 등이다. 이 밖에 농경지 2.7ha가 매몰되고, 0.6ha가 유실됐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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