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 직접 관통 규모 키워… 6명 사망 2명 실종
울진선 사상 초유 시간당 ‘104㎜’… 800여 가구 대피
산사태·도로 유실·주택 침수에 농작물 피해 등 ‘막대’

제18호 태풍 ‘미탁’이 대구와 경북을 관통하면서 포항과 영덕, 울진 등 경북동해안에 최고 555.6㎜의 물폭탄을 쏟았다.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전까지 울진에 555.6㎜의 폭우가 쏟아진 것을 비롯해 영덕 382.5㎜, 포항 322.3㎜, 구미 217.6㎜, 경주 199.0㎜ 등 대구 경북지역이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울진군 지역에는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북지역의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3일 오후 5시 기준 대구 경북의 인명피해는 6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자정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이모(47·여)씨가 범람한 하천에 빠져 숨졌다. 비슷한 시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는 폭우로 주택이 쓰러지면서 노부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박모(69·여)씨는 구조됐지만 김모(72)씨는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1시께는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며 주택을 덮쳐 김모(59·여)씨가 숨졌다. 울진에서도 울진읍 한 주택이 무너져 강모(67)씨와 김모(62·여)씨 부부가 매몰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을 구조해 인근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지난 2일 오후 9시 50분께는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갔다. 이 차에는 인근 사찰 승려로 추정되는 운전자 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께 성주군 대가면에서 김모(76)씨가 수로 침전물 제거 작업을 하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숨졌다. 이날 오후 11시께 울진군 울진읍 정림리에서 논을 살펴보러 나간다며 집을 나선 남모(67)씨가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됐다.

인명피해도 심각했지만, 각종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경북도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 17분께 경북 경주시 건천읍 중앙선 건천역∼모량역 사이 건천 2 교량의 선로에 진동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안전점검을 위해 영천역∼경주역 구간 열차 운행을 중단시켰다. 건천 2 교량은 1938년 준공한 낡은 다리로 2021년 영천∼신경주 간 복선전철화 사업이 끝나면 폐선될 예정이다.

같은날 오전 3시 36분께는 봉화군 봉성면 영동선 봉화역∼봉성역 사이 선로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해랑 관광열차 4206호(전체 10량)의 기관차와 객차 등 2량이 탈선했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19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영동선 영주∼강릉역 간 상·하행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앞서 2일 오후 11시 10분 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KTX 제471호 열차가 포항역 방향 터널 등 선로가 물에 잠겨 동대구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포항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2일 하루 결항했고 대구공항과 제주, 인천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도 대부분 결항했다. 포항과 영덕 등 동해안 항·포구에는 선박 3천여척이 대피했다.

산사태와 침수 우려로 인한 주민대피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포항시 중앙동 주민 18가구 50여명이 산사태 우려로 친척집과 경로당으로 대피한 것을 비롯해 청하면과 신광면, 용흥동, 환여동, 여남동, 대송면 등에서 산사태와 하천범람이 우려돼 80여명이 대피했다.

영덕군도 10여가구, 30여명의 주민이 인근 강구교회와 오포1리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울진군에선 지방하천이 범람해 울진읍 저지대 주민 850가구와 매화 석회석 광산 침하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매화면 남수산 주변 주민 30가구가 안전지대로 피신했다.

대피로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었지만, 주택 침수피해와 도로유실, 산사태는 막을 수 없었다. 

포항시의 경우 주택 29채와 도로 27곳, 시설 23곳이 침수피해를 입었고 용흥동 등 3곳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3일 오후 2시까지 접수된 주요 피해는 침수피해와 산사태 등 14억5천700여만원(공공시설 10억4천900여만원, 사유시설 4억800여만원)에 달한다.

영덕군은 주택 46채가 침수되고 도로 8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교각유실이나 석축붕괴, 토사유출 등 피해도 입었다.

울진군도 울진읍 온양리 국도 7호선 도로사면 150m 구간 등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농작물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포항시 등 11개 시·군에서 농작물 603.5㏊가 물에 잠기고 쓰러졌다. 농작물별로는 벼가 544.2㏊로 피해가 가장 컸다. 이어 딸기 37.9㏊, 부추 5.0㏊, 사과 4.4㏊, 배추 3.0㏊ 순이다.

지역별로는 영덕이 150.0㏊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고 이어 성주 113.2㏊, 울진 108.0㏊, 고령 85.9㏊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경북도는 오는 18일까지 농업재해 피해조사 보고요령에 따른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피해조사 및 응급복구에 필요한 예비비를 확보하고 민간 자원봉사자 수요 파악 및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전준혁·손병현기자

    전준혁·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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