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으로 떠나는 여행

개실마을에서 엿 만들기 체험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

축제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흥겨움의 시간’을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우리들은 이 흥겨움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고령군은 경상북도의 유교문화권, 경주 일대의 신라문화권과 더불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작지 않은 ‘가야문화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대가야의 도읍지였던 고령은 색다른 축제와 여기에서 펼쳐지는 각종 전통·생활체험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해마다 적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고령을 찾아 엿 만들기, 딸기 따기, 두부 만들기, 도자기 빚기 등을 경험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고령군청은 “역사와 문화, 관광과 체험을 결합시킨 미래형 복합문화공간을 더욱 많이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명품 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을 세운 것이다. ‘보고 듣는 단순한 관광’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진력하고 있는 고령군의 축제와 깔끔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대가야의 대표적 관광지들을 아래 소개한다.
 

고령군, 미래로 뻗어가는 ‘명품 관광도시’ 도약
역사·문화, 관광·체험 결합 복합문화공간 조성

봄엔, 대가야 사람들 삶 조명한 ‘대가야체험축제’
가을엔, ‘왕릉길 걷기 대회’… 올핸 내달 9일 열려
삼삼오오 지산동 고분길 걸으며 ‘가을 낭만’ 만끽
남녀노소·연인 등과 함께 할 문화·공연 등 ‘풍성’

고령 역사 공부엔 ‘대가야박물관·우륵박물관’
자연 속 ‘닛질신리마을’엔 산나물·송이버섯이
개실마을 엿 만들기·혼례체험·한옥 숙박까지
외국인도 매료… ‘잊을 수 없는 여행’으로 추억

◇ 가을과 봄, 고령을 화려하게 수놓는 축제

올해로 9회를 맞는 ‘왕릉길 걷기 대회’는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찾고자하는 현대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사다. 또한 무르익은 가을을 맞이하는 즐거운 축제다. 쌀쌀한 바람이 조금 불어온다 해도 참석자들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수백 기의 고분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솟아있는 지산동 고분군을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겨 찾는다. 그날은 사람 또한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된다. 고령군은 이 행사를 “대가야로의 흥미로운 시간 여행”이라며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11월 9일 열릴 예정이다. 왕릉길 걷기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도 둘러볼 수 있고, 3대째 장인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대장간에 들러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진 농기구도 살펴볼 수 있다. 메마른 도시 생활에 지친 가족이 함께 찾는다면 의미가 더 커질 듯하다.

고령의 밤을 밝히는 불꽃놀이.
고령의 밤을 밝히는 불꽃놀이.

여기에 하나 더. 해마다 4월이면 고령군의 봄을 알리는 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바로 대가야읍 일원에서 열리는 ‘대가야체험축제’다. 고대국가 대가야의 생활상과 문화·예술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이는 이 축제는 대가야 사람들의 삶을 테마로 독특한 문화까지 접목시킨 차별화된 체험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엔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지정됐으며 이른바 ‘고령을 대표하는 봄 축제’이기도 하다. 매년 주제를 달리해 전개되는 대가야체험축제에서는 다채로운 문화 공연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성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세계 현 페스티벌’ 뮤지컬 ‘가얏고’, 악성 우륵의 사랑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화 한 ‘사랑, 다른 사랑’ 공연 등이 특히 방문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 고령군청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엔 개실마을과 가얏고마을 등이 농촌체험 부스를 마련해 고령의 소박한 정을 한국인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 전하고 있다.

농촌 체험으로 유명한 고령군 개실마을.
농촌 체험으로 유명한 고령군 개실마을.

◇ 그냥 지나치면 아쉬운 고령의 관광 명소들

고령을 찾았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들이 여러 군데 있다. 가야시대 최대의 고분군인 ‘지산동 고분군’도 그 중 하나다. 주산의 남동쪽 능선 위엔 한국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지산동 44·45호분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 대가야박물관에선 대가야와 고령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왕릉전시관은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재현해 역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불러 모은다.

가야금을 만든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전시하는 우륵박물관은 음악과 역사가 어우러지는 테마형 박물관으로 알려졌다.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토기와 철기, 가야금 문화를 꽃피운 대가야의 역사를 바탕으로 조성된 관광지다. 대가야 농촌체험특구에선 30여 종의 농작물을 재배 중이다. 원두막 체험과 고상가옥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끼고 들어선 ‘개경포 기념공원’은 선조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시조를 읊던 공간에 만들어졌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의병장 송암 김면(1541~1593)이 일본군 1천600여 명을 격퇴시킨 곳이기도 하다.

‘왕릉길 걷기 대회’가 펼쳐지는 지산동 고분군.
‘왕릉길 걷기 대회’가 펼쳐지는 지산동 고분군.

“자연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낫질신리마을을 찾아보라”고 고령군청은 권한다. 오염되지 않은 산과 계곡이 방문자들을 반기는 이 마을에서 재배되는 무농약 쌀은 전국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낫질신리마을에서 채취된 산나물과 송이버섯은 누구나 좋아하는 별미다. 계절별로 벌꿀 채밀 체험, 모내기 체험, 고구마 캐기 체험, 메뚜기 잡기 체험 등이 진행된다.

‘전국 최우수 체험마을’로 선정된 개실마을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엿 만들기와 떡 만들기는 물론, 한국 전통방식의 혼례 체험을 할 수 있어 유럽과 북미에서 고령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여기선 한옥 숙박도 가능하다. 외국인들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곽용환 고령군수 인터뷰

고령 역사·문화의 향기 전달
‘일상 탈출’ 치유의 공간으로

“고령의 힘은 대가야의 찬란한 역사·문화와 이를 효과적으로 발전시킨 관광산업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곽용환 고령군수를 최근 만났다.

곽 군수는 고령군 관광의 현황에서부터 앞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까지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들려줬다. 아래 그날 오고간 이야기를 가감 없이 옮긴다.

-고령의 관광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고령군은 이미 1천600여년 전 독특하고 아름다운 고유의 문화를 꽃피웠다. 오늘날까지도 전해지는 대가야의 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관광 활성화와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고령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을 테마로 특색 가득한 관광 인프라를 조성해 ‘가야문화특별시 고령군’을 만들어 가기 위해 군민들과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향후 고령 관광산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우리 군의 저력은 대가야의 빛나는 전통과 군민들의 단합된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령군관광협의가 ‘관광의 민간 중심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대가야체험축제가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고령군관광협의회는 이 축제의 주축이 돼 주민주도형으로 행사를 이끌었다. 그 옛날 대가야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객 참여형,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역사 교육형, 더 나아가 세대 통합형 축제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로 9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그 외 고령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53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진행한 대가야생활촌 조성사업이 지난봄 완료됐다.

고대국가 가야의 중심이었던 대가야 시대를 효과적으로 재현해 고령군민은 물론 우리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난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축제의 중심공간이 돼 역사·문화·관광일번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경제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와 대가야생활촌 사이를 전기차가 운행 중이기도 하다. 이는 거점 관광시설간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그 자체로 새로운 관광상품이 돼주고 있다.

-향후 고령 관광의 새로운 아이템이 될만한 건 어떤 게 있을까.

△3월에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선정됐다. 2021년이면 최종 등재될 것으로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이곳 작은 무덤에서 출토된 직경 5cm의 작은 토제방울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방울은 문헌에 기록된 건국 신화가 유물에 투영돼 발견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가야 역사는 물론 고대 한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동시에 관광객들의 관심도 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체험관광의 활성화도 우리 군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병휴·홍성식 기자

    전병휴·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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