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다. 필자가 포스텍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퇴임강연, 퇴임식을 치루던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두 해가 흘렀다.

1986년 개교한 포스텍에서 교수로 계시다가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임명된 교수는 현재 약 100명에 이른다. 그래서 명예교수님들의 모임인 APPE(Association of Postech Professors Emeriti)라고 하는 ‘포스텍 명예교수회’도 만들어졌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친목과 모교 발전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명예교수회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간다.

통상 대학에서 퇴임한 교수를 명예교수로 부르긴 하지만 교육부의 명예교수규칙에 따르면, 명예교수로 추대될 수 있는 교수는 당해 대학에서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으로 15년 이상 근무하고, 재직 중 교육 및 연구 업적이 현저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그래서 최근 친일문제로 화제가 된 한 유명대학의 교수도 6개월 부족으로 명예교수가 아니라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명예교수의 퇴임 후 삶은 100인 100색이라는 말도 있다. 해당 대학에 특임교수나 연구교수로 남아 강의나 연구를 계속 하는 일은 흔히 많은 경우이다. 또한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로 가서 보직을 하거나 계속 강의와 연구를 하는 경우, 해외대학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벤처회사를 만들거나, 기업에 취업하여 일을 하시는 퇴임교수님들도 있고 특이하게 사회봉사에 몰입하시는 교수들도 있다. 과거 학문적으로 유명하셨던 교수가 퇴임 후 다문화가정의 돌봄으로 전국을 돌아다니시는 교수님도 보았고 특이하게도 농부로 변신하여 농사를 짓는 공학교수님도 보았다.

필자도 포스텍 명예교수가 된 후 대구권의 특성화 과기대 본부 보직을 맡아서 있다가 최근 수도권의 한 대학의 학장직을 맡게 되었다. 거의 50명에 이르는 교수와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는 단과대를 경영해 나간다는 건 그리 쉽지는 않지만 나름 큰 보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10명이 넘는 명예교수님이 계신데 원래 친분이 있는 선배님들이라 때로는 이런저런 충고와 자문을 해주신다. 이러한 자문을 듣고 학장으로서 필자는 항상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 주십시요”라고 반드시 말씀 드린다. 그리고 학교 세미나에도 초청을 하고 와서 좋은 말씀과 충언을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교수 워크숍에 명예교수님들을 초청해서 고견을 듣는다. 명예교수님들의 지혜를 높이 사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고, 또한 명예교수님들에게 모교를 위해 할 일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어서 흐뭇해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분들의 건강에도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 그리고 현직에서 은퇴하는 날이 온다. 젊은 교수들도 언젠가는 명예교수가 된다. 그들이 명예교수가 되었을 때 그들이 갖고 있는 지헤와 경륜을 존경하는 후배교수가 있다는 사실, 또 그러한 지혜와 경륜의 자산을 대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보람이 명예교수들의 삶의 보람과 건강을 지켜 주리라고 생각해 본다. 그건 또한 대학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