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스 크레스티드 독.

개의 염색체는 39쌍이고, 78개이다. 말은 32쌍이고 64개 염색체를 가진다. 세포의 핵 속에 존재하는 염색체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하나씩 받아 쌍을 이루게 된다. 염색체 쌍들에 의해 부모와는 다른 자손의 특성을 결정하게 되는데, 개의 경우 60일이면 출산할 수 있고, 많은 개체를 낳으며 가계도를 쉽게 그려볼 수 있으므로 유전학의 중요한 지식들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유전병들이 사람과 유사한 것들이 많아서 질병 원인연구와 의약품 개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로부터 개의 번식에서 유전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경험이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부모견의 상태를 보고 원하는 자손을 얻고자 노력해왔다.

순종 개는 동종번식을 통해 유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체의 번식을 통해 후손을 얻는 것인데, 동종번식의 목적은 양쪽 염색체에 같은 형질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동종번식은 원하는 유전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인데 문제는 좋은 형질 뿐만아니라 나쁜 형질이 반복해서 후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코티시테리어는 너무 흥분하거나 운동을 많이 하면 엉덩이 근육과 다리가 굳어지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는 유전학적 열성형질이 원인이다.

플랫코티드 리트리버는 종양이 자주 생기고, 달마시안과 오스트레일리아 양치기 개들은 청각장애가 많다. 콜리, 노르위전 엘크하운드, 코커스파니엘, 아이리시 세터 등은 망막이 점차 퇴화하여 결국 실명하는 사례들이 적지않게 보고되고 있다. 복서는 심장이 약하고 맨체스터 테리어와 푸들에게는 혈우병이 많다.

우성형질에 의한 유전성 질환은 바셋하운드나 닥스훈트에서 빈번한 연골무형성증이 있고 다른 품종견에서 선천성 후두마비, 선천성 백내장 등이 있다. 한 두개의 유전자 때문에 일어나는 털 감소증은 전신에 털이 없이 태어나는 차이니스 크레스티드 독과 멕시칸 무모견에서 많이 나타난다.

초기 번식자들이 관심을 가진 개의 털 색깔, 모양, 형태와 관련된 유전학적 연구와 지식들은 이제 거의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정리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개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와 행동 뇌과학 연구와 관련된 분야가 본격적으로 진행 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주로 쥐로 연구되고 있는 질병, 행동, 뇌과학 분야들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기 위함인데, 쥐는 설치류여서 사람과의 생리적 차이가 너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개는 쥐보다 유전병들이 사람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뇌과학 영역에서 필요한 궁금증을 연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개와 관련된 연구들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개를 전공한 연구자들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동일한 환경에서 개를 기르고, 가계도를 정립하고 개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가 부족하여 체계적으로 개의 번식, 유전학적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훈
이동훈

국내에서 보존연구하고 있는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의 체계적 보존과 연구를 위해서 경쟁력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과학적으로 한국 개들의 번식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지면 세계적 반려동물연구의 메카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인데, 관에서 주도하는 정책연구소를 비롯해서 민간의 연구기능과 학교가 참여할 수 있는 연구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 번식과정에서 다양한 질병들과 행동, 뇌과학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다양한 데이터 DB를 갖춘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바이오 연구를 통해 개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위한 결과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라벌대 교수·반려동물학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