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김재욱기자
  • 등록일 2019.10.01 20:08
  • 게재일 2019.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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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의 평화 여정

백선기 군수가 에티오피아 디겔루나주 티조 사구레초등학교를 방문해 초등학생에게 ‘걱정인형’을 달아주는 모습. /칠곡군 제공

칠곡군이 69년 전 신세 진 에티오피아에 보은(報恩)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참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고마운 나라’가 최근 내전 등에 의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칠곡군이 이 나라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나섰다. 호국과 평화를 정체성으로 삼는 칠곡이기에 에티오피아 지원에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점은 군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을 에티오피아에 보냈다. 에티오피아는 이 성금으로 도서관, 식수저장소, 마을 수도 등 여러 편의시설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군민들은 “6·25전쟁에서 보여 준 에티오피아의 숭고한 희생에 결초보은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첫 단계로 작으나마 경제적으로 지원했다”며 “이제부터는 문화·관광·보훈까지 영역을 넓혀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6·25 전쟁 때 도움 준 에티오피아에 보은
군민 자발적 성금 모금으로 편의시설 짓고
백선기 군수 문화·관광·보훈 협약 체결로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에서 평화 동반자로

□ 강뉴부대를 기억하는 칠곡군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는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의 전투에 자국 청년들을 파병했다. 황제의 명에 따라 6천37명의 에티오피아 청년들이 3주간의 항해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청년들 중 122명이 전사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253차례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

칠곡군은 이러한 에티오피아와 강뉴부대를 잊지 못하고 있다. 군민들은 에티오피아를 커피의 나라가 아닌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며 결초보은의 부담을 안고 살아 왔다.

이에 군은 2014년 지역 대표축제인 낙동강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에 ‘평화의 동전 밭’을 조성하고부터 본격적으로 에티오피아 돕기에 나섰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 코흘리개 어린이에서 백발의 노인까지 657명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매월 최대 1천260만원의 성금을 모아 에티오피아에 보내 티조 지역의 초등학교 2개, 식수저장소 2개, 마을 수도 9개 등을 마련했다. 또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구한 새마을운동을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에 전파했다. 티그라이주 새마을 시범마을에 새마을 조직 육성을 통한 주민의식 개혁과 새마을회관 건립, 마을안길 포장 등 환경개선, 소득증대사업도 지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지난달 30일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쉬페로 시구테 에티오피아 대사와 문화, 관광, 보훈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지난달 30일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쉬페로 시구테 에티오피아 대사와 문화, 관광, 보훈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디겔루나주 티조에 희망을 심다

칠곡군 방문단은 2017년 에티오피아 디겔루나주 티조 지역을 방문해 칠곡 군민의 사랑을 전했다. 이들은 티조 워레다에 위치한 사구레초등학교를 방문해 칠곡군 유치원과 초등학생 5천여 명의 성금으로 건립한 ‘도서관 준공식’을 가졌다. 왜관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걱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걱정인형’과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준비한 색안경, 캐치볼, 제기 등의 장난감도 전달했다. 당시 방문단원들은 사구레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직접 걱정인형을 옷에 달아주고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인 제기차기를 선보이며 놀이방법도 가르쳐줬다. 이어 칠곡군 순심연합총동창회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식수 저장시설의 준공식을 갖고 물탱크에 연결된 마을 수도시설을 통해 주민들이 양질의 식수를 활용하는 것도 확인했다.

백선기 군수는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 병사들은 월급으로 부대 안에 보육원을 만들고 두려움에 떠는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돌봤다. 이젠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이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지켜줄 것”이라며 “칠곡군민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메마른 티조에 희망을 심고 있다”고 했다.

2017년 에티오피아 티그리아주를 찾은 칠곡군 방문단을 환영하는 에티오피아 주민들. /칠곡군 제공
2017년 에티오피아 티그리아주를 찾은 칠곡군 방문단을 환영하는 에티오피아 주민들. /칠곡군 제공

□ 아라토 마을회관 준공식

에티오피아 방문 당시 칠곡군 방문단은 티그리아주에서 ‘아라토 마을회관 준공식’을 가졌다. 이 준공식을 통해 ‘새마을 세계화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마을회관의 준공으로 새마을위원회, 청년회, 부녀회 등의 새마을 조직과 영농조합 결성이 가능해졌다.

에티오피아 측은 ‘경제적 도움’보다는 ‘주민 의식개혁’이 필요한 부분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새마을 운동이 에티오피아 국민에게 이러한 정신과 자신감이 이어지길 바라는 상황이었다.

칠곡군의 방문은 메마른 땅에 단비와 같았다. 당시 방문단이 도착했을 때 아라토를 관할하는 티그라이주 지역 전체가 최대한의 예우를 보였다. 티그라이주 메켈레 공항에서는 아바이 월두 주지사의 경제고문과 고위 공무원이 방문단을 맞이했다. 메켈레 공항부터 아라토 마을까지 30여 대의 오토바이와 20여 대의 차량이 방문단을 호위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지역 최대 방송국인 티그라이주 방송은 공항 도착 순간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방문단을 취재했다. 또 백선기 군수와 직접 인터뷰하며 이번 사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방문단이 마을에 도착하자 주민 1천500여 명이 태극기와 새마을기를 들고 도열해 춤과 노래로 환영했다. 칠곡군과 티그라이주 메켈레 지역에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 등 지역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한 MOU도 체결했다.

백선기 군수는 인터뷰에서 “아라토 마을에서 2020년까지 새마을 조직을 육성하고 생활환경개선과 소득증대사업을 실시해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태권도 시범단이 칠곡군 방문단을 환영하는 뜻으로 격파시범을 보이고 있다.
에티오피아 태권도 시범단이 칠곡군 방문단을 환영하는 뜻으로 격파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에티오피아와 문화·관광·보훈 업무협약 체결

지속된 교류와 인연으로 협력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백선기 군수와 쉬페로 시구테(Shiferaw Shigutie) 에티오피아 대사는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문화·관광·보훈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각종 기념일은 물론 기념행사, 축제, 국제 교류행사 등에 상호 협력키로 했다. 또 양 기관은 민간 교류를 적극 지원하고,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각뉴부대의 무훈을 재조명하며 참전용사 가족 지원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칠곡군에서 열리는 ‘제7회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대축전’에 ‘주한 에티오피아대사관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부스에서는 주한 에티오피아대사관이 네렐라(Nerela)라는 전통 의상을 입고 생두를 작은 화로에서 볶은 뒤 다시 빻아서 주전자에 넣고 끓이는 ‘커피 세리머니(Coffee ceremony)’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이자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대축전 개막식에서 펼쳐질 ‘칠곡평화마을 자립 선포식’도 함께 하기로 했다.

칠곡군은 2014년부터 에티오피아 오르미아주 디겔루나 티조 지역을 칠곡평화마을이라 부르고 초등학교 2곳을 신축하고, 초등학교 15곳의 책걸상과 기자재를 교체했다. 또 저축조합을 설립하고 식수 저장소 4기와 식수대 11기를 설치하는 등 칠곡평화 마을의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쉬페로 시구테 에티오피아 대사는 “2014년부터 6년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백선기 군수와 군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양 측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해 전략적인 파트너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백선기 군수는 “호국과 보훈이 도시의 정체성인 칠곡군은 69년 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고자 에티오피아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며 “양 기관이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상생 발전을 이끌어 내자”고 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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