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대통령께 읍소(泣訴)합니다. 제발 교육과 관련해서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를 자제해주십시오. 세간의 이런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지금 이 나라는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우왕좌왕하는 나라라는 말을요. 다음은 어느 장관 임명식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고교 서열화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보여주시는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처럼 대통령에 대한 맹신적인 신뢰를 가진 사람들이야 위의 말씀에 대해 무한 지지를 보내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가 아닌 어느 장관처럼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사람”에 대해 분노하고 있기에 대통령의 말씀이 또 다른 혼돈을 부르는 구호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교육 개혁 주문에 정치인 교육부 장관은 “개혁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즉답을 하였습니다. 과연 그 다음은 뭘까요? 보고용 졸속 정책들의 양산입니다. 그걸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무자들이 고생할 것이며, 또 교육 현장의 혼돈은 어떨까요?

교실 교육이 무너진 지는 오래입니다. 대표적인 때는 1998년입니다. 그 때의 교육부 장관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당시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담화에 대한 기사입니다.

“1998년, 교육부가 ‘2002년 무시험전형’이라고 발표했던 대입전형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은 담화문을 통해 첫째, 암기위주의 낡은 방식의 교육을 지속시키고 사교육비 부담의 멍에를 지우는 입시 위주의 초·중등학교 교육이 이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중략) 둘째, 새로운 대학입학 제도를 마련하면서, 학생 선발에 관한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학입학제도는 교장추천제, 무시험전형제, 다양한 기준에 의한 특별전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한 줄 세우기’ 입시제도에 손질을 하여 대학 간 서열 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20년 전에도 교육 개혁을 외쳤습니다. 그 때 필자는 초임이라 정치인 교육부 장관이 제시한 이상적인 교육정책에 대해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금방 이는 교육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야간자습 폐지 등 준비 안 된 요란한 정치적 교육 공약 때문에 교실은 심하게 요동쳤고, 급기야 교실 붕괴 현상까지 초래하였습니다. 이런 혼란을 틈 타 금수저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만은 유명 대학이나 기관의 인턴 등에 참여시켜 황금 스펙을 쌓게 하였으며, 그 결과 금수저 세습에 성공하였습니다. 왜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십니까? 왜 애꿎은 제도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까? 만약 지금의 제도에 대해서 질타하시려면 위의 담화를 발표한 장관에게 먼저 책임을 물으셔야 합니다.

세계 일로 바쁘시면 제가 묻겠습니다, 1998년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가, 교육이 왜 이 모양인지 응답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