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포항지역 경제를 주도하는 지역 철강업체들은 요즈음 매우 조용하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게 고율의 반덤핑관세와 쿼터물량 제한이라는 폭탄을 맞은 데다 유럽까지 수입물량 제한에 동참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느라 기진맥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당장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과 중국 간 관세인상 등 양자 간 힘겨루기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내년 봄 이후부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피해가 작은 분야가 철강분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가 지역 철강기업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포항 지역 철강업체의 매출과 수익성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국제 철강재 가격이 어떤 방향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금년 5월부터 그동안의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부동산개발에 주목하자 중국 철강사들이 생산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가 결과적으로 중국내 강재생산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제철강재가격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것이 야금야금 지역 철강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한 두해 전만 하더라도 수출 강재물량 감소분을 국제 시황 개선이 메꾸면서 다소라도 버틸 수 있었지만 앞으로 내년까지는 매출액으로 직결될 강재시황이 하락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부동산개발업자의 과도한 부채비율을 우려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개발사업 위축에 따른 중국내 과잉 강재들이 언제든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다시 국내시장으로 흘러들어올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역경제의 비중이 높은 철강 산업의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금 포항경제에 시급하고 중장기적으로도 유익한 개발 사업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에 대해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과연 어떨까. 지역 경제의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지역 철강제품을 사용하고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여 최대한 개발사업의 과실이 지역에 떨어질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째, 지진피해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의 활력과 시민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최우선 실시되어야만 한다. 둘째,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국제크루즈여객부두의 완공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포항을 찾더라도 마음 놓고 휴식할 수 있는 고급숙박시설과 그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줄 대형쇼핑시설도 서둘러 보완해야만 한다. 끝으로 국내외관광객들이 포항이 경유지가 아닌 시작점과 종결점이 되도록 노력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항만과 철도, 공항이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연계교통망의 구축도 중요하다. 포항이 위기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회는 남아있다. 다만 우선순위를 간과할 경우 모처럼 주어진 기회가 언제나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미분양이 넘치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개발하려는 사업만큼은 최우선순위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