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국당 지역 국회의원들
예산정책협 ‘험악한 분위기’
신청사 부지 선정 시기 관련
의원들 총선 후 연기 언급에
권시장, 설전 벌여가며 충돌
말 도중 끊고 “그만하시죠”
연내 선정 기존입장 안 굽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대구시의 예산정책 협의회가 콩가루집안 같은 내분을 노출하자 나오는 탄식이다.

대구시와 한국당 대구의원들이 30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했으나 권영진 대구시장과 의원들 간의 갈등만 표출한 자리로 변질됐다. 권 시장이 의원의 말을 중간에 끊을 뿐만 아니라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이다. 대구시 예산확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이날 정책협의회에서는 대구 신청사 이전 문제를 놓고 권 시장과 의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구 의원들은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반면, 권 시장은 “계획대로 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신청사 이전 문제 포문은 한국당 강효상(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 의원이 열었다. 강 의원은 “노후 청사를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탈락된 곳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구에 있는 시청을 옮긴다면 그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고, 주민들에게 미리 설득할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사진 없이 정해진 룰에 따라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대구시만 따르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행정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권 시장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아직 시청사 부지는 유치 신청을 받는 단계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신청하는 일이 없도록 구·군에 합리적으로 접근해 줄 것을 의원들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정치적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프레임으로 가져가는 건 맞지 않다. 이철우 경북지사의 경우 신공항에 탈락한 곳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시장도 열린 마음으로 대응해달라”고 하자 권 시장은 “일단 신청해놓고 떨어지고, 반대급부를 내놔라 하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과 권 시장 모두 목소리를 높였고, 대구시당위원장인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이 중재하면서 다른 의원들이 발언을 이었다. 그러나 신청사 이전 문제를 둘러싼 설전은 계속됐다.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은 “첫 임기 시작할 때 시청 이전 문제는 대구경제가 활성화되고 난 뒤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망쳐놨고, 그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대구다. 국책사업을 담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시장군수구청장이 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을 이어가자 권 시장은 “그만하시죠. 구청장까지 하셨던 분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번에도 보고드렸고 각 의회에서 조례까지 만들었다. 이제와서 말을 하느냐”고 했다. 이에 곽 의원은 “우리 의견도 말을 못하느냐”고 하자 권 시장은 “구청장까지 하셨던 분이 그런말을 하느냐. 나한테 전화한번 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권 시장과 의원들 간 갈등이 격화되자, ‘예산정책협의회’를 끝내자는 말도 나왔으나 발언을 하지 못한 의원들로 인해 예산정책협의회는 계속 진행됐다. 곧바로 발언을 한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은 “의원들도 그런 식으로 말을 못드리는 게 아니다. 그런 말하면 안된다”며 권 시장을 질타했다.

이날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대구공항통합 이전에 대한 문제도 거론됐다.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은 “신공항 결정이 지역주민들 투표율로 하나로 결정되는 분위기인데 대구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지역 주민들 투표로 하는 게 걱정”이라며 “대구시 여론조사에서 공항이전 반대 민원이 만만찮은 상황인데. 남의 공항이 되어서는 안된다. 신공항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대구경제, 대구시민들에게 편리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권 시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저한테 주어진 비난과 섭섭함 잘 알겠다. 그러나 지금 와서 안할 수 없다. 이해해달라”고 했다. 정 의원도 “별도의 시간을 갖게 됐다”며 향후 신청사 이전 문제를 위한 비공개 회동을 가지기로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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