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등 거래량 급감에
인구 이동률 34년만에 최저
가을 이사철 대목은 ‘옛말’
지역 이삿짐센터 일감 반토막
도배·장판 업체도 상황 같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달 주거지를 옮긴 사람 숫자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가을 이사철 대목에도 주택 매매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이삿짐센터와 도배·장판 업체를 운영하는 지역 영세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택 거래량은 44만 8천여건으로 지난해(56만7천여건)와 비교해 21% 감소했다. 수도권 거래량은 31.1%, 지방은 9.1% 줄었다. 전국 전·월세 거래는 전년대비 6.5% 늘었지만, 매매량 감소폭을 상쇄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집을 사고팔지 않으니 이사하려는 사람들도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국내 인구이동’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이동자 수는 56만 6천명으로 8월 기준 2013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인구이동률은 지난해 8월보다 0.6%p 줄어든 13.0%로, 2000년 통계 집계 이래 8월 기준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경기(1만5천703명), 세종(1천568명), 강원(309명) 등 5개 시·도에서 순유입을 보였지만 서울(-7천410명), 대구(-1천925명), 부산(-1천897명), 경북(-670명) 등 12개 시·도는 순유출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지역 이동자 수는 올해 들어 8월까지 6월 한 달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고령화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구 이동이 장기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노년층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 내 부동산 경기와 관련 있는 업종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사 수요가 있어야 일거리가 느는 이삿짐센터와 도배·장판 업체는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가을 이사철이 ‘대목’이란 말도 무색해졌다. 관련 업체들은 한 달에 수십 건씩 달하던 일감이 작년보다 작게는 20%,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한다. 해마다 직원 수를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늘었다. 사장이 직접 이사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흔해졌다.

포항시 내 대형 이삿짐센터 근무 경력이 있는 A씨(63·포항시 북구)는 2년전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본인이 직접 상담문의와 예약, 포장이사에 관한 일정을 조율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혼자서 운영하다 보니 주로 원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포장이사나 용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인을 통해 소문을 내거나 자녀들의 도움으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연락처를 남겨 일감을 구한다.

A씨는 “계절에 상관없이 이사하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 지난 주말에도 포장이사는 두 건뿐이었다”며 “전화 문의가 오면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 흥정을 해서 최대한 일감을 잡으려 한다. 인력을 구하는 것도 인건비가 일당 15만원에 달해 부담이 커 주말에는 아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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