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는 일정한 시간에 산책하기로 유명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췄다고 할 정도였지요. 어느 날 한 부인이 칸트에게 질문합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시간을 잘 다스리고 질서 있게 살고 싶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칸트의 답은 뜻밖입니다. “부인, 바느질 바구니를 깨끗하게 정리해 보세요.” 선문답 같은 대화지요. 무질서하게 흐트러진 바느질 바구니를 정돈하면서 작은 실천을 해 보면, 보이지 않는 삶의 질서를 바로잡을 동기 부여가 되는 법이니까요.

인생에 백해무익한 것들은 소리 없이 강합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지독하게 파고들죠. 세상이 척박하고 삶이 피폐할수록 달콤한 유혹들은 삶을 어느 순간 점령해 버립니다.

삶을 바로 세워줄 지렛대 역할을 하는 ‘좋은 습관’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오르막길을 오르는 자전거 여행자처럼, 끙끙거리면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저는 인생에서 소중한 그 모든 행위를 새벽에 다 몰아서 실천합니다. 지상 최후의 자유시간, 새벽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모든 저녁 일과를 포기하고 늦어도 밤 9∼10시에는 침대에 들어갑니다. 결단과 삶의 가지치기가 필요하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기에 할 수 있습니다.

새벽 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소중한 행위들 책읽기, 글쓰기, 사색하기, 묵상하기, 운동하기, 일기 쓰기 - 모두를 끝냅니다. 여기까지가 하루 일과의 오르막길입니다. 아침 8시 이후에는 신나는 내리막길 하루가 활짝 열립니다. 휴식과 업무를 적절히 조절해 남은 하루를 저절로 굴러가도록 합니다. 업무는 스스로의 동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억지로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나를 몰고 가는 힘이 있거든요. 반면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은 의지를 발휘하고 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저절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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