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과 지지층이 조국이라는 인물 하나를 놓고 극단적인 승부를 걸었다. 전국에서 동원된 범여권 지지자들이 서초동으로 몰려들어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 팻말을 들었다.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보수세력 집회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은 상관관계가 없다. ‘조국 수사’는 ‘검찰개혁’과 대척점에 있지도 않다. 살아있는 권력인 조국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오히려 ‘검찰개혁’과 맞닿아 있다고 보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 아닌가.

지난 28일 서울 반포대로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데모대가 집결했다. 무슨 독립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애국지사도 아닌데,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성토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길 건너 반대편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모여서 ‘조국 사퇴’를 부르짖었다.

그다음에 벌어진 정치권의 유치한 티격태격은 이 나라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는 갈등이다. ‘조국 수호’ 집회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이 발원지인 ‘100만’이니 ‘200만’이니 하는 참가자 숫자 뻥튀기 놀음은 선동의 힘으로 뭐든 성취해낼 수 있다는 위태로운 갑질 실력행사 의식의 발로다. 언젠가 ‘직접민주주의’ 운운하며 무정부 국면을 획책하던 선동정치 추태마저 떠오르게 한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검찰을 어떻게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게 된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은 ‘검찰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 해결에 정확하게 역행한다. 검찰개혁의 기본 중의 기본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당부에 어김없는 정답이 들어있다. 조국 일가에 대한 엄정하고도 철저한 수사야말로 검찰개혁의 출발점이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더 이상 토를 달면 본질이 망가진다. ‘촛불’의 참뜻을 훼손하는 오만 선동 궤변으로 관제 데모를 획책하고 그 규모를 침소봉대하는 일이야말로 반개혁적 망동이다. 군중동원의 힘을 맹신하여 법치의 기초마저 파괴하는, 검찰을 향한 불순한 언행일랑 일체 중단돼야 마땅하다.